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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Sep 08. 2020

날이 더워 찾아온 손님, 매(鷹) 이야기

LA 수은주가 화씨 111도, 섭씨 43.9도까지 올라가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밤 11시 현재 화씨 94도, 섭씨 34.4도. 무슨 라스베이거스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느냔 말이지. 바닷가에 있는 말리부나 산타바바라까지 더워서 난리다.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생긴 건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니 그때 다시 업데이트드리는 걸로.

한창 더운 한낮, 더위를 식히려고 내려왔는지 새 한 마리가 마당에 앉아있다. 참새치곤 크고 비둘기라고 하기엔 눈매가 장난이 아니다.

구글 검색하니 매의 일종인 호크라고 알려준다. 

매의 눈빛처럼 날카롭다는 뜻에서 ‘매섭다(매스럽다)’라고 하고, 매를 길들일 때 깃털을 보드랍게 쓰다듬는 모습을 표현한 ‘매만지다’,  매의 성질과는 다르게 매의 깃털은 정말 부드러운데 여기서 생겨난 ‘매끄럽다’,  쌀쌀맞다는 표현의 ‘매몰차다’, 고집이 센 매의 성질을 비유한 '옹고집(응(鷹) 고집)'이라는 글자의 응(鷹)도 매라는 뜻. 속이 꽉 찼다 혹은 몸이 단단하고 부실함이 없다는 표현의 ‘옹골지다(응(鷹) 골지다)’ 등도 매사냥에서 온 우리말인데 이쯤 되면 우리 조상들은 정말 매를 좋아했다고 봐도 되겠다. 


그러고 보니 그놈 눈매는 매섭고 몸집은 옹골지게도 생겼다. 하지만 이놈은 참매(Hawk). 송골매는 따로 있다. 참매인 호크는 독수리와 비슷한 수리 목 수리과이고 송골매는 매목 매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러니까 참매는 송골매와 같은 계통이 아니라 독수리와 같은 계통인 셈. 

photo from Pexels

아메리칸 이글의 모습. 하지만 알고 보니 이 글은 독수리가 아니다. 

Photo by Frank Cone from Pexels

독수리를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이놈. 흰머리 수리. 영어로는 American Bald Eagle. 여기서 약간의 착오가 생긴다. Bald라는 영어단어가 대머리로 번역이 된 것. 초창기 조류 이름 짓는 분들께서 Bald라는 단어가 흰머리(white-haired)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지 싶다. 어딜 봐서 이 친구가 대머리란 말인가. 

출처: 문화유산채널

우리가 알고 있는 또 다른 독수리는 천연기념물 243-1호 이 녀석이다. 여기서 독수리의 독(秃)은 대머리라는 뜻인데 머리와 목에 털이 없거나 솜털만 있는 경우가 많다. 동물의 사체에 머리를 집어넣는 과정에 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생겼다. 이들은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동물을 먹는 스캐빈저(scavenger). 그래서 영어로는 이글(eagle)이 아닌 벌쳐(vulture)로 불린다.

photo from Pexels

그렇다면 매와 비슷하지만 한국에선 송골매라고 불리는 이 녀석을 알아보자. 영어로는 페레그린 팔콘(Peregrine Falcon). 매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비행속도에 있어서 매를 압도한다. 수직 활강 최고 시속이 389km.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속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게 어느 정도 속도인가 하면 인간이 공중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낙하산을 펼치지 않고 낼 수 있는 최고속도를 종단 속도(Terminal Velocity)라고 하는데 그게 최고 시속 200km. 그러니까 인간이 하늘에서 미친 듯이 떨어지는 속도의 거의 2배 가깝다고 보면 되겠다.

출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60&v=lm0CtcEZV4E&feature=emb_logo

송골매가 날개 접고 활강하는 모습. 유튜브 화면을 캡처했다. 멋지구리. 

출처: 구글 이미지, public domain

날개를 접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상에 도달하여 사냥을 하는 모습은 미공군의 폭격기 스텔스 전투기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목표물을 발견했는지 몸을 약간 뒤로 젖히고 다리 근육을 질끈 조으고 입을 다문다. 작지만 목표를 향한 모습이 다부지다. 비상(飛翔)하기 직전의 자세를 보여주고는 1초 뒤에 날아갔다. 잘 살아라.


기온이 좀 덥기는 했지만 집 마당에서 매(鷹) 구경을 했으니 오늘도 수지맞은 하루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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