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촌자 May 23. 2021

선인장 축제

Cactus Splendor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의 만남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은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 여운이 지속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는데 애리조나 대표 선인장 사와로(Saguaro)가 그랬다. 아마도 이 녀석이 가진 세월의 내공과 남다른 풍모 때문이었지 싶다. 

처음 접하게 된 40피트 높이 가까이 자란 사와로 선인장.  이 정도까지 크려면 150년은 기본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사와로의 그 느낌 그대로 한 땀 한 땀 캔버스에 담는다. 


사와로 한가운데 구멍을 뚫어 집을 짓고 사는 새는 잉꼬(Lovebird). 애리조나주 피닉스 근처 사와로 국립공원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흔한 광경은 아니니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조만간 일정을 잡지 싶다. ^^

2년 전 비즈니스로 바쁜 시절에 다녀온 양귀비 들판. 그곳 또한 사막이라 죠슈아 트리가 산책로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 선인장은 신선의 손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 녀석은 흡사 성경에 나오는 죠슈아 성인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여 죠슈아 트리라고 불린다. 나무처럼 생겼지만 이 또한 선인장. 1년에 길면 7일 정도 꽃이 피는데 사막에서 양귀비 꽃이 활짝 필 즈음 이 녀석도 꽃을 피운다. 주변에 보이는 주황으로 바닥을 물들인 꽃이 미국산 양귀비꽃 Poppy.

봄을 맞이하여 꽃씨를 퍼뜨릴 작정으로 활짝 피기 직전의 모습. 사막 한복판에서 느끼는 풍성함이라 다소 모순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그들의 삶의 단면이다.

2년 전의 느낌이 가물가물하다. 느낌의 50% 이상이 기억이고 기억을 소환하는데 기록이 필요하고 기록 중 으뜸은 사진. 사진을 보며 당시의 느낌을 끄집어내어 캔버스를 채운다. 

사막의 인디언들에게 음식과 의복을 제공했던 모하비 사막의 소중한 자원 유카(Yucca). 

그 소중함 덕분에 유카는 캔버스 정중앙에 자리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접한 산드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봄). 가로 314센티 세로 202센티의 이 그림에 매료되어 애들 엄마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시모네타의 발을 보시라는 게 아니다. 그녀가 밟고 있는 꽃밭의 디테일과 다양한 꽃의 종류는 보는 순간에는 감동을 주고 시간이 지나서는 두고두고 뇌리에 남으니 애들 엄마에겐 각별한 명작이다.

감동을 받으면 따라 하고 싶어지는 법. 그래서 그림의 아래쪽 전경(前景)은 사막의 꽃들로 가득 채워지게 된다.

가로 30인치 세로 40인치의 선인장 축제가 완성되었다.


이 그림을 보고 선인장이 양의 상징이 강하고 선인장 꽃들은 음의 상징이 강하다고 하는 분들이 계신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음과 양의 상징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양의 상징이 너무 두드러진다는 분이 계시다면 미국 유타주 아치스 국립공원을 한번 다녀오시는 걸 권한다. 선인장조차 자랄 수 없는 그곳엔 양의 상징과 음의 상징이 지천(至賤)으로 널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