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stone to Salt Lake
글레이셔 국립공원만 보고 오기엔 차로 달려온 4일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즈음 애들 엄마가 옐로우스톤 한번 더 가보자고 얘기를 꺼낸다. 고맙구로.
3년 전에 왔을 땐 저 사람들이 저기에 왜 올라가 있는지 몰랐다. 넓디넓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3일 안에 다 보려는 마음에 저곳까지 올라가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사진을 건지는 정도가 최선.
갔던 길을 또 갔더니 바뀌는 것 하나 없이 똑같은 그림을 얻는다. 그렇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준비해온 구글맵을 열어 전망대 입구 주차장을 찾았으나 이곳은 RV가 들어설 수 없을 만큼 협소하여 출입금지라 바깥 길 옆에 세워둔다. 그러니 반드시 가야 하는 포토스팟을 놓칠 밖에… 모르면 안 보이는 법이니까.
이제는 익숙한, 가이저가 뿜어내는 수증기를 바라보며 비교적 수월하게 뻗어있는 산책로를 30분 정도 걸으면
그랜드 프리즈믹의 인증샷을 얻을 수 있다. 진짜는 반대편에 있었다. 그래서 노자(老子)할배는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고 했나 보다.
무리에서 떨어져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바이슨. 혼자서는 뭘 해도 애잔하다.
처음엔 웬 어린이집에서 단체 관광을 왔나? 했다. 옐로우스톤 로고가 찍힌 셔츠를 단체로 입고 있어 기념품 샵에서 샀냐고 물어보니 3 가족이 함께 왔는데 오기 전에 미리 사이즈별로 주문해서 맞춰 입고 왔단다. 낙오자가 없는지 매번 인원수를 확인해야 하는 총무 담장 아주머니의 깜찍한 아이디어였지 싶다.
찍고 싶은 사진 실컷 찍었으니 지금부터의 시간은 덤. 예전에 시간이 부족하여 보지 못한 올드 페이스풀 너머에 있는 가이저들 보는 것으로 오후 일정을 잡는다.
대충 둘러보고 기념품 샵을 들리고 나니 3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이러니 처음 방문했을 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당연하다.
듣기 좋은 새소리가 들려 주위를 둘러보니 까마귀(Raven)다. 까마귀 소리가 이 정도로 정겨운가 싶다.
그런가 하면 고목 장대 끝에 앉아 있는 독수리는 혼자지만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조는 듯 앉아 있어도 저게 다 사냥중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구가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가이저 분화구
가끔 그것도 아주 왕성하게 살아있음을 알려준다. 다행이다.
한번 뿜으면 거대한 물줄기를 뽑아낸다고 이름이 자이언트 가이저.
캐슬 가이저 뒷모습
정면 가까이서 바라본 캐슬 가이저
특이한 박테리아 덕분에 독특한 칼라를 지닌 크로마틱 풀(chromatic pool).
가이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기념품. 애들 엄마 왈 영감이 충만한 예술품은 잘 챙겨야 한다나 어쨌다나…^^
대략 둘러볼 건 다 봤다고 할 즈음 주차장에 나타난 바이슨 한 마리.
3년 전에 방문하고 나서 이놈들이 눈에 아른거려 애들 엄마가 그림에다 그려 넣었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다. 잘 있어라.
그렇게 바이슨과의 작별을 뒤로하고 하루를 꼬박 달려 솔트레이크에 도착. 다음날 소금호수로 이동한다.
한여름에 바라보는 한겨울 풍경. 참 낯설다.
물도 없고 태양만 내리쬐는 이 와중에 그것도 소금뿐인데 우찌 살라꼬… 독한 놈이다.
한 시간 30분을 달리는데 계속 소금밭이 이어진다. 미국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이놈의 스케일은 매번 적응이 안 될 만큼 경이롭다.
지반이 약하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해놨는데도
간혹 차를 몰고 들어가서 돌아다니는 분들이 계신다. 이거 한번 해보려고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오셨는데 무사히 소금밭에서 나왔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조심 하시라. 경찰이 수시로 확인하러 오니깐. 경찰이 앞차가 들어갔다가 나온 걸 봤는지 보지 못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딱지 없이 즐거운 여행 하셨길.
넓다 넓다 하지만 이건 좀… 찾아보니 100 평방킬로미터 그러니까 3천만 평이 넘는다. 차를 몰고 한 번쯤 미친 듯이 달려보고 싶기도 하겠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호수 바닥이 가장 드라이한 시점에 보네빌 스피드웨이를 개장해서 자동차 시합을 한다. 한겨울이 아니라 한여름 8월이다. 헷갈리지 마시라.
겨울부터 봄까지 호수에 물이 채워져서 하늘의 반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아무리 더워도 인스타에 올릴 사진은 찍어야 한다? 아마도 저분들 물들어오는 겨울에 다시 찾아 오지 싶다.
여름엔 끝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을 즐기면 되고
겨울에는 눈 녹은 물이 소금물이 되어 발목을 찰박찰박 채울 정도이니 호수의 얕고 넓음을 즐기면 된다.
이런 사진 찍겠다고 볼리비아 유유니까지 갈 필요가 없다. 도대체 이놈의 땅 덩어리엔 없는 게 뭘까? 달리 월드 시리즈라고 뻥치는 게 아니다. ^^
여행이 끝났다. 이제 굿뉴스가 2가지 남았다. 첫째는 집으로 간다는 것이고 둘째는 2일만 쉼 없이 달리면 집에 도착한다는 것. 4일이 아닌 게 어딘가. ^^
https://www.youtube.com/watch?v=LscfHZEwK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