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진 기행
리비에라(Riviera)는 이태리어로 해안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투롱에서 이태리 국경까지의 해안을 일컫는 코트 다쥐르 프렌치 리비에라와 이탈리안 리비에라가 있다. 이탈리안 리비에라는 제노바 서쪽의 해가 지는 해안이라는 뜻의 리비에라 디 포넨테와 제노바 동쪽의 해가 뜨는 해안이라는 의미의 리비에라 디 레반테로 나뉜다.
리비에라라는 용어가 이태리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남동부 해안으로 인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곳에 영화제를 개최하는 칸느가 있고 모나코에선 4억 9천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F1 모나코 그랑프리 대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름도 먼저 가져다 쓴 사람이 주인이고 많이 쓰면 굳어지는 법. 어쨌거나 친퀘테레는 이탈리안 리비에라 디 레반테의 끝자락에 자리한다.
마나롤라에서 출발하여 우선 가깝고 5개 마을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코르닐리아로 이동한다. 사진 오른쪽으로 기차역이 길게 늘어서 있다.
노란색 천정과 푸른 하늘, 그리고 코발트빛 바다의 오묘한 대비. 코르닐리아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정착해서 포도를 재배하던 지주 코르넬리우스의 어머니 코르넬리아에서 유래했는데 화산이 폭발해 폐허가 된 폼페이에서 코르닐리아 와인이라고 쓴 포도주 항아리가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와인 산지.
역에서 마을까지 걸어서 20분인데 평지를 이동하다 막바지에 365개의 계단이 있다. 그래서 숙소로 권하기는 어렵다. 가파른 지그재그 절벽은 트래킹을 즐기지 않는 여행자에겐 부담. 즐거운 여행을 위해 아껴야 하는 것이 돈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코르닐리아 포도밭은 다른 지역의 비탈보다는 그나마 안정적. 우짜던 둥 포도밭은 비탈진 돌밭에 있어야 한다. 평지에서 수분이 넉넉하면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없다. 수분이 부족해야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포도껍질이 두꺼워지고 그 껍질이 두꺼울수록 와인이 깊은 맛을 내기 때문.
역에서 나오면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으니 데이패스 보여주고 탑승하면 된다. 현금은 2.5유로. 참고로 버스에는 거의 대부분 거스름돈이 없다.
마을의 중심광장 리사 마켓에서 버스를 내린 후 바다 쪽 길을 따라 들어가면 어디로 가든 마을 끝 전망대가 나온다.
마을의 유일한 거리 피에스키. 여름철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는 곳. 오늘은 화창함 대신 흐리고 비 오는 날의 한적함을 즐긴다.
마을 입구에서 전망대까지는 기어가도 10분 정도. 좁은 골목길 꽃분홍 꽃과 초록 우체통이 잘 어울린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류의 대화는 아닐 듯하고 이번 여행 보내준 딸내미(들) 이야기를 하고 계실 수도 있겠다. 참고로 우리 부분 딸이 없다. 그래서 알아서 다닌다.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펼쳐진 이탈리안 리비에라. 바다에서 보면 더 멋지다고 하니 날씨가 허락하면 꼭 보트를 타시라. 이곳 코르닐리아 만 보트 선착장이 없고 나머지 4곳에선 가능하다.
뒤돌아 남쪽으로 보이는 마나롤라. 거대한 자연 앞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조그만 마을의 모습이다. 그래도 지중해는 형편이 많이 나은 편. 가끔 토네이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서양의 허리케인과 태평양의 태풍에 비할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랑 즐기는 사진놀이. 어제의 석양도 오늘의 바다도 어느 하나 자연의 선물이 아닌 것이 없다.
이 마을 집들은 바위가 집을 품는 듯 바위에 안겨 있다.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바위는 집을 내놓을 생각이 없지 싶다. 자고로 집이란 엄마의 품과 같은 곳인데 그런 집이 또다시 엄마의 품에 안겨 있으니 이보다 더 든든한 집이 또 있을까.
남쪽은 해안 절벽, 북쪽은 해변 모래밭으로 바른 마을에 비해 높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그림엽서 같은 베르나차. 날이 화창했다면 파라솔을 펴놓아서 더 예뻤을 듯.
위성지도를 보니 양쪽 산비탈의 흐름이 마을로 모이는 모양새다. 2011년 10월 메디케인(지중해와 허리케인의 합성어)의 영향으로 베르나차 마을은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여 6개월간 복구를 위해 문을 닫는 아픔을 겪는다.
플랫폼을 별도로 만들 공간이 없어 기차역과 마을이 하나로 어우러져 관광객을 맞는다. 기차역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몸은 이미 마을 한복판. ^^ 기차역 입구엔 그날의 아픈 기억을 사진으로 남겨 기억하고 있다.
색색의 보트를 일부러 저리 놓았을까? 이태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들의 모든 것들은 흙과 바람과 물의 색깔에 세월이 더해진 조화로움인 것을 알겠다.
이탈리아 귀족의 해군기지 역할도 하고 한때는 제노바와 피사의 무역선을 약탈하는 해적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던 곳. 성당 옆으로 길이 보인다. 반대편에서 담은 베르나차의 모습도 예뻤지 싶다.
빨래도 소품? 빨간 빨래, 흰 빨래, 그리고 파란 빨래까지 건물 외벽과 색깔을 맞췄다. 징~하다. 벗겨진 페인트와 떨어진 시멘트가 메디케인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말해준다.
기차역 쪽으로 오다 식당 옆으로 커다란 바위구멍이 보이고 그 안에 바다가 있다. 반대편 해안처럼 파도를 막아주는 구조물이 없어 해수욕은 커녕 발을 담그기도 망설여진다.
아마도 2011년 10월 산사태 이후 누군가가 쌓기 시작했고 이곳 주민과 관광객이 보태고 더한 돌탑. 더 이상의 재난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쌓은 돌탑이 기특하게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붉은 산이란 뜻의 몬테로소. 산이 붉다는 것은 흙이 붉다는 것이고 흙이 붉다면 산화한 철분이 많다는 뜻.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흙색이긴 하지만 산을 덮고 있는 저 바위도 햇살 화창한 날엔 더 붉은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이 했지 싶다. 철분이 많은 토양이 레몬 재배에 안성맞춤. 그래서 레몬나무를 많이 심어 레몬이 이곳 특산물이며 매년 레몬축제가 열린다.
몬테로소는 친퀘테레에서 가장 큰 마을로 5 마을 중에서 제일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이 2개로 나눠져 있다.
숙소와 식당이 많이 모여있어 휴양지 느낌이다. 다니기 편해서 그런지 여행자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백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어 여름철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다른 4곳의 해안선과 기암절벽스런 풍광은 찾아볼 수 없으니 한 곳이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공평함과 다섯 마을의 오묘한 조화로움이 느껴진다. 오늘은 비 소식에 거리가 썰렁하다.
16세기 오스만 제국 터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방어 진지. 이탈리아를 지배하는 자가 로마 제국의 영광을 가진다는 희망 아래 로마제국 멸망 이후 무던히도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았다.
1453년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의해 함락된 이후 지중해 패권은 신성로마제국 동맹군이 1571년 레판토 해전에서 승리할 때까지 오롯이 오스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던 것. 레판토 해전은 고대 로마의 악티움 해전 이후 지중해 패권 판도에 있어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전투이기도 하다.
밀물 때라 그런지 물이 많이 들어왔다. 몬테로소 인스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기 바위. 오늘은 물 때가 맞지 않아 반대쪽에서 담는다.
조수간만의 차가 미미한 지중해라서 이 곳 사람들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다. 사진 오른쪽에서 느껴지는 마치 큰 파도가 몰려오는 듯한 모습. ^^
친퀘테레 다섯 마을 중 제일 마지막으로 방문한 리오마조레. 기차에서 내리면 바다만 보이고 뒤와 옆이 막혔다. 당황하지 말고 사람들이 나가는 곳으로 따라 나가면 된다.
구글 지도를 열어보니 화살표 한 이곳이 기차역. 그래서 앞으로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도 온통 막힌 느낌이었던 것. 위쪽 화살표는 마을 진입 터널.
기차역에서 마을까지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마치 터널을 지나면 왠지 바다가 나올 것 같은 해저터널 분위기를 연출해 놓았다.
터널을 빠져나와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풍경. 입구가 좁은 데다가 현재 그 입구는 식당에서 패티오로 아예 점령을 해서 앞으로 더 나아갈 곳이 없다. 이날은 비가 와서 배들도 육지로 올라와서 육지가 꽉 찼다. 사진에 보이는 다우 실라 식당 앞 해변 산책로를 따라 바다 쪽으로 나아가면 전망대가 있고 조금 더 가면 조그만 자갈 해변이 나온다. 이날은 파도가 높아서 안전 때문에 진입로를 막아놓아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바다 쪽 전망대에서 마을을 향해서 찍은 모습. 건물 색상을 보니 얼마 전 새로 칠을 한 듯하다.
1895년 당시의 리오마조레 모습. 어느 집이 자기 집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집집마다 달리 색을 칠을 한 것.
뒤돌아 위쪽으로 올라가면 절벽 틈새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마을이라 양쪽으로 곳곳에 상점이 있고 그 옆으로 양쪽으로 나눠 절벽 위로 타고 올라가며 주택이 형성되어 있다.
친퀘테레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리오마조레와 마나롤라를 잇는 산책로 사랑의 길(Via Dell’Amore). 두 마을의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기 위해 오갔던 길이었는데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남녀가 산책로 중간 절벽에서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영원한 사랑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도 숨겨져 있는 곳.
2012년 가을에 낙석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있어 낙석방지를 위한 엔지니어링도 함께 진행 중이라 총 예산이 12백만 유로 (154억원 정도)가 투입되어 공사 중이며 2023년 봄 재개장 예정이다.
직접 가보지는 못해도 어떤 길인지 이렇게 한번 살펴본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리오마조레부터 몬테로소까지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6~7시간 정도의 트레킹을 하며 이탈리안 리비에라를 발로 느끼는 것도 멋진 여정이 되지 싶다.
맑은 아침의 마나롤라를 다시 한번 구석구석 돌면서 지중해의 파도에도… 차곡차곡 쌓은 돌담에도… 아쉬운 안녕을 남긴다.
내일부터 다시 비가 온다는 예보다. 여름엔 고온건조 겨울엔 온난다습.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의 패턴이다.
맑디 맑은 친퀘테레를 떠난다. 곱디 고운 그곳이 그립다. 오래오래 간직될 추억을 가득 안고서…
첫날 숙소까지 짐을 끌고 올라갈 땐 그 경사가 그리도 매섭더니 내려갈 땐 이렇게 아쉬운 것. 그래서 여행이다.
내려가다 만난 꼬마 삼륜차. 저걸로 포터 서비스하면 딱인데 진즉 만났으면 이야기라도 해봤을 텐데 아쉽다.
라스페치아 역에 도착하여 로마행 고속열차를 기다린다. 이탈리아는 열차 연착이 흔하다. 기다리는 열차가 늦게 오면 그만큼 기다리면 되지만 내가 탄 열차가 늦게 되면 연결 편을 놓친다. 밀라노 - 피렌체 - 로마 구간은 고속 열차 편이 많은데 제노바 - 로마 구간은 그렇지 않다. 혹시 친퀘테레에서 로마로 이동하는 일정을 고려하고 계신 분은 참조하시라.
로마 도착. 친퀘테레에서 한식 구경을 못했더니 애들 엄마도 라면에 컵밥이 부른단다. 한국 마켓 찾아가겠다고 구글맵 켜고 버스를 탄다. 아뿔싸~ 로마의 버스는 피렌체와 다르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막힌다. 시골사람 도시에 온 느낌 그대로 로마를 맞이했다. 이날 버스가 로마에서 탑승한 처음이자 마지막 버스. 대기하는 택시는 없고 계속 걸어 다니자니 몸은 힘들다. 그래서 찾게 된 프리나우 택시 앱. 역시 궁(窮)하면 변(變)해야 하고 변(變)하면 통(通)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