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미래 책 집필기 - 1
팔자에도 없을 것 같던 민주주의를 공부하고 있다. 1주일 정도 관련된 정보들을 찾으보니 민주주의와 관련된 기본 개념 정도에는 익숙해진 것 같다. 공부를 시작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회사의 업무로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글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 산업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가 있었지만 그 중에 1순위로 민주주의를 지망했다. 민주주의는 개념 정도만 알았을 뿐이지만, 과감하게 지원을 했다. 나라는 사람이 원래 그렇다. 일단 저질러 놓고 몰입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스타일이다.
30대로 접어들면서 민주주의사회의 시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20대까지만 해도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구조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배우면 그만이었다. 30대가 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니 나도 사회구조 형성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연구원이라는 업무 특성상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는 경우도 있고, 내 자신이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내 생각과 고민이 사회에 반영된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참 부담스럽다.
그렇게 나도 기성세대가 되어 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우리 사회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10~20년 뒤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세대로 자리잡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더 큰 영향력을 다른 사람들에 행사하게 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기성세대가 되겠지만 기성세대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 나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참 부끄러울 따름이다. 민주사회의 일개 시민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1987년 6월 29일 민주화선언이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도 벌써 30년이 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 이런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치, 경제 권력들이 정해진 사회의 룰을 벗어나 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그렇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회제도 형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도 그렇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권력의 횡포는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현실적 변화를 위한 정치체제 참여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점들도 이상하다.
전문가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적한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과 같이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앞으로 민주주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지금의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한 명의 민주시민으로서 최소한의 필요한 의식은 갖출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두 달이라는 집필 기간이 결코 짧지 않은 상황이지만,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과 함꼐 고민해 볼 만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 어른들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제는 우리가 미래의 주역이라는 책임감을 지녀야 될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