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된다.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편하게 쓴 글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지구의 역사는 멸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 약 30억 년 전 작은 세포에서 출발한 생물은 이후 탄생, 사멸, 진화를 거쳐 현재까지 이르렀다.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각각의 지구 상황에 적응하여 생존하고, 멸종하며 지금의 지구를 만들어왔다. 지표면을 덮은 식물들은 지구의 기온을 낮추고, 호흡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냈으며, 태양 빛과 광물질을 흡수해 다른 생물이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바꾸었다. 식물은 생산자로서 에너지를 축적하였고, 다양한 소비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생태계는 다채로워졌다.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빙하기, 운석 충돌 등 엄청난 대 격변을 겪으며 공룡처럼 많은 생물들이 사라졌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적응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은 지구 상 생물종(Species)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Ecosystem)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Gene)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생물종이 다양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생물종의 기반이 되는 각각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물종은 유전적으로도 다양한데, 유전자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멸종 위협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다. 가축과 같이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는 경우 질병에 취약해 일순 전멸의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전적 다양성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력이 높아지고, 종의 분화 또는 진화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생물다양성과 연관이 있다. 식량과 의약품, 건축물과 각종 물품 원료의 거의 대부분이 생물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다. 생물은 또한 정화작용을 통해 깨끗한 물과 공기를 지속해서 지구에 공급해주고, 토양침식을 막아주며, 홍수나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를 방지해주는 등 우리가 삶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심미‧정서적으로도 인간에게 많은 감흥을 준다.
우리 인류는 지구의 지배자일까? 세계 인구수는 80억에 가까워지고 있다. 엄청난 숫자이다. 하지만 머릿수로 따지자면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수를 가진 생물들은 무수히 많다. 무게로 비교해 보면 어떨까. 사람의 무게는 약 385백만 톤 정도로 추정된다. 소는 520백만 톤 정도로 추정되고, 흰개미는 445백만 톤, 남극 크릴은 379백만 톤 정도이다. 사람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다고? 지렁이는 3,800백만 톤을 훨씬 넘는다. 범위를 좀 더 넓혀보면, 시아노박테리아는 1,000백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래도 사람이 지구의 주인일까? 무게로 따지자면 지렁이나, 박테리아가 지구의 주인으로 한번 우겨볼 만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이들 생물보다 영향력이 훨씬 크다. 다른 생물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적응해 주변을 조금씩 변형시키며, 상호관계하에 살아남았다면 사람은 주변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살아왔다. 산을 깎아 도시를 건설하고, 도로를 만들며, 바다를 메워 땅을 넓혔다. 다른 생물들이 환경을 이용하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대격변이다. 심지어는 사람들에게 선택받은 생물은 더 늘어나지만, 선택받지 못한 생물들은 사람들의 공간에서 퇴출되었다. 생물의 생존 가능성마저 사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어떤 생물은 사람의 눈에 혐오스럽게 보여서, 어떤 생물은 눈에 띄지 않아 사라졌다. 인류의 탄생 이전에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지구의 균형이 인류 탄생 이후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 나온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류는 지구를 오염시키는 질병이나 바이러스 정도로 묘사되기도 한다. 어벤저스에서 타노스는 우주 황폐화의 원흉인 생물체(특히 고등생물)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손가락을 튕기고, 킹스맨의 악당은 돈 많은 사람들만 남기고 인류를 제거하여 깨끗한 지구에서 살고자 한다. 황폐한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에서 지구에는 쓰레기만 가득하고, 인류는 화성이나 우주상에 낙원을 건설해 살아간다. 대표적인 영화로 엘리시움과 승리호에서 인류는 오염된 지구를 벗어나 화성과 우주로 이주한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오염된 지구를 벗어나 다른 지구를 찾아 나선다.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영화와 만화, 드라마에서 인류는 그저 지구의 질병 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주목을 받고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알게 모르게 우리 스스로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 주체가 인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의 지구가 생물 다양성의 힘으로 유지되어 왔다지만, 6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그 한계가 가까워진 느낌이다. 인간 활동이 증가하면서 대멸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한 종의 멸종은 다른 종의 멸종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인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20년 동안 우리가 생물의 멸종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정책을 내세워 대멸종의 시간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기울어져있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여 지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중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정부는 매년 자국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언제나 그 상위권에 위치해왔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을 이용하고, 개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원을 활용하지 않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우주도시 또는 지하도시를 건설하지 않고서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 지금처럼 경제성장률이 붉은색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펴 나간다면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뒤를 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적극적으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생태계 보호지역을 늘리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감소시키며, 탄소발생 분야를 감소시켜야 한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단거리 국내선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람들의 생활이 크게 불편하게 될 것을 감안하고라도 적극적으로 탄소발생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사회적인 논란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후세의 인류를 위해서는 이런 적극적인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구 생물다양성 유지와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다면, 경제성장률이 (-)가 된다 하여도 결국은 (+)가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