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민폐라고 생각이 들 때

by 물리치료사 김진웅

나한테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아직 경험도 한참 부족한데, 내가 치료를 해도 될까?

옆에 치료 엄청 잘하는 팀장님, 실장님이 있는데, 내가 치료하는 게 맞아?

내가 이 환자를 보는 것보다, 실장님이 치료하는 게 이 환자를 위한 길이 아닐까.


내가 치료를 하는 게 민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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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알바를 하는데, 손님들한테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손님이 뭐가 필요하다고 말을 하는데, 나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

두세 번 말을 해야 나는 겨우 알아듣지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옆에 있는 직원이 이 손님을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나는 말도 못 알아듣고 아는 것도 없는데.


내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민폐는 아닐까?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멍청한 실수를 하곤 한다.

그런 실수를 하고 나면 자책을 하고 자신감을 잃는다. 그리고 걱정에 빠진다.

내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민폐는 아닐까


결국, 그냥 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한테 환자가 배정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내심 원한다. 실장님이나 팀장님한테 치료받는 게 나을 거니까.

손님이 오면 옆에 직원한테 말을 걸도록 은근슬쩍 뒤로 빠진다. 얘가 나보다 설명 더 잘해줄 거니까.




계속 도망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처음엔 서툴고 어설픈 게 당연하다.

지금 옆에 있는 듬직한 선배들도 1년 차 시절이 있었다.

나처럼 바보 같은 실수를 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는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을 붙잡았다.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일할 자신이 있었다.

실력은 부족해도, 지금 내 앞에 있는 환자에게만큼은 진심을 다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환자가 더 좋아질지 고민하고, 모르면 퇴근 후 공부했다.

주말에도 교육을 들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능숙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으려면, 처음의 서툴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환자, 손님 한 분 한 분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 나는 도망치기보다 자부심을 갖고 마주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다 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태도와 마음가짐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자신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동안 나를 스쳐간 환자들은 알 것이다. 내가 최고의 치료사가 아니었다는 걸.

그럼에도 나를 믿고 찾아왔던 이유는, 진심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힘들어 했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남보다 못한 나를 탓하지 말고 내 강점과 진정성을 믿고 자부심을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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