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이해지는 몸과 마음을 다잡으라는 신호일까..
진단받은 지 3년 반.
수술한 지 3년.
시간은 잘도 흘러서 3년 차 검진을 받으러 갔다.
각종 검사에 MRI, CT, 뼈검사까지 마치고
일주일 뒤 결과를 들으러 갔다.
6개월 전 3년 차 검사와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을 정했는데 그날이 큰아들생일이었다.
혹시나 결과가 좋지 않아서 아들생일에 영향을 줄까 싶어 다른 날짜로 바꾸려다 이때까지 잘 지냈는데 별일이야 있겠냐며 그대로 예약을 했다.
결과가 좋으면 아들생일축하도 더 기쁘게 해 줄 수 있으니까..
평소에는 결과 들으려고 대기했을 때 엄청 떨었었다.
이상하게 이번엔 떨리지도 않았고 어서 좋은 결과를 듣고 기분 좋게 아들이랑 약속한 케이크를 사서 집에 가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고 친정엄마와 진료실로 들어섰다. 긴장할걸 잘 알아서 교수님께서는 들어가자마자 항상 결과부터 말씀해 주시고 그 뒤에 설명을 해주시는데 이번엔 말이 없으셨다.
아.. 뭐가 잘못됐구나..
2-3년 차에 재발이 잘된다고 했는데 일이 터졌구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 다른 결과들은 다 괜찮은데 MRI에서 이상소견이 보여요.. 6개월 전 검사에도 뿌옇게 나오긴 했는데 이번엔 범위가 조금 커졌어요.. 초음파예약해서 한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수술했던 가슴이 아닌 반대쪽 가슴에 뿌옇게 뭔가가 보였다. 최대한 빨리 초음파를 잡아달라고 하고 떨리는 심장을 움켜쥔 채 대기실로 나왔다.
당일 예약은 안되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4년째 나를 지켜보고 안쓰러워하셨던 간호사님이 신경 써주신 덕에 오후 늦게 유방초음파를 예악 할 수 있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며 피 말리는 몇 시간을 보내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초음파를 보기 위해 윗옷을 벗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뻗은 채 침대에 누웠다.
4년 전의 악몽이 떠올라서일까?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렸다.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오늘 우리 아들 생일인데..
케이크 사서 파티하기로 했는데..
나 왜 여기 누워있는 거지??
한참을 초음파를 보시고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며
다른 기계로 다시 보자고 하셨다.
더욱더 공포가 밀려왔다.
암이 아니길.. 제발 아니길..
대기실로 다시 나가니 작은아들 하원시간 때문에 친정엄마는 집에 가고 신랑이 와있었다.
일하다가 또 놀랬겠구나..
참.. 가족들에게 못할 짓이다 싶었다..
얼마 후 다른 기계로 다시 초음파를 보시곤
조직검사를 해보겠냐고 하셨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너무 무섭다고..
오히려 처음 진단받고 뭘 몰랐을 때보다
지금이 몇 배는 무섭고 두려웠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시더니 아무리 봐도 타깃이
없다고 하셨다. 정확히는 초음파로도 알 수가 없는데 혹시 종양이 생긴 거면 타깃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조차 안 잡혀서 조직검사하기도 애매하다고 하시며
본인의 소견을 엄청 자세히 알려주셨다.
사실 담당교수님께 결과를 들어야 하는데 자신은 이런 결과를 환자들에게 말해주진 않는다며 내가 너무 떨고 무서워해서 바로 이야기해 주는 거라고 하셨다.
결국 마음 한편에 찝찝함을 남긴 채 병원을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생일이라 신난 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원했던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갔다.
멍한 얼굴로 빨래를 개고 있던 친정엄마를 보자마자
꾸역꾸역 참았던 마음속 말들이 튀어나왔다.
"엄마.. 너무 무서워.. 진짜 너무 무서워..
앞으로 계속 이런 거 하나하나 무서워하면서 공포에 사로잡혀 살아야 하는 게 너무 두렵고 힘들어..
이러다 진짜 재발하면 어떻게.. 너무 무서워 엄마.."
어린아이처럼 엄마품에 안겨서 얼마나 울었는지..
"엄마 왜 그래??"
천진난만한 얼굴로 옆에서 보고 있던 작은아들이 물었다.
아이들 생각하며.. 친정엄마생각하며..
좀 더 단단하고 씩씩한 모습 보여주고 싶은데
또 이렇게 무너져버렸다.
몸만 크고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엄마품에서 우는 어린아이 같은 내가 속상했다.
또다시 일주일 뒤..
담당 교수님을 만났다.
초음파결과도 들었고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종양으로 단정 짓긴 힘들고 mri에 뿌연 부분이 조금 커진 건 기계가 정밀한 것도 있고 아직 생리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조영증강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하셨다.
결론은 역시 정확히는 알 수 없다는 것과 6개월 뒤 다시 검사해 보자는 것이다.
아이들 케어해서 정신없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운동도 소홀히 하고 식단도 없이 아무거나 먹고
그렇게 고생하고도 건강을 챙기지 않는 나를 한번 돌아보라는 신호였을까??
앞으로의 6개월이 두려움 가득하긴 하지만
최대한 잊고 지내보려고 한다.
아이들과 투닥대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또다시 온갖 걱정 속에 잠식되어서
어둠 속에서 지내고 싶지는 않다.
날바라보는 아이들만 생각하며 하루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