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수를 모아 쓰던 물통 , 청굴물
- 위치 : 제주특별시 구좌읍 김녕리 1296
제주는 많이 다녀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청굴물을 다녀오며 느낀점은, 동쪽의 해안도로 따라 가는 길에 만나는 유명한 해수욕장을 제외하면 '내가 제주의 아름다움을 많이 지나쳤구나.'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제주도도 한창 지겨워질 때였다. 매일 맛집이며, 관광지를 다니면서 체험 위주로 즐기다보니 조용하고 바라보며, 잔잔하게 스며드는 제주의 멋을 느끼고 싶은 찰나였다.
청굴물은 우연히 검색을 하며 알게 된 장소였는데, 처음에는 '조금 색다른 장소가 없을까?' 라고 찾던 나에게 ' 제주가 이런곳이구나!' 라는 것을 알려준 장소이기도 했다.
얼마전에 제주에 사는 지인분을 만나 "청굴물 아세요?" 라고 물었더니 사진작가 답게 갖고 있던 사진 한장을 보여주셨다. 내가 보지 못한 노을이 지는 풍경 속에 붉은 물이 가득 차 있던 청굴물의 사진이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여행은 언제 누구와 어디를 여행하느냐에 따라 참 그 감성과 기억이 달라진다. 내가 본 시간은 3-4시경의 조금은 해가 지고 차분해지는 감성을 가진 시간이었고, 물이 들어오기 보다는 나가는 시간이라 그분의 사진 속 모습과 너무나 다른 장소의 느낌이었지만, 왠지 청굴물은 그 모든 시간과 기억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나에게 '김녕'이라는 글자는 '김녕해수욕장'을 대표하는 단어였다. 이번에 청굴물을 다녀오면서 김녕리 해변에는 또 다른 제주 바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 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새기게 되었다. 평소 바다와 물을 좋아해서 항상 바다 주변을 거닌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면 사람들이 찾는 탁 트인 바다의 매력 외에도, 모아 닫아둔 바다 물통도 참 매력적이다 라는 것을 이번 청굴물을 다녀오며 새삼스레 더 깨달았다.
처음에 찾아 갈때에는 골목 골목 길을 따라 렌트카를 조심히 들어가야 하다보니 ' 이렇게 까지 와야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때마침 네비게이션이 도착했는데 주차장도 없는 작은 푯말 하나에 ' 이런 곳이 왜 유명하지?' 라는 두번째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사는 골목길이라 주차를 할 수 없어,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 넓은 곳에 주차를 하러 가보니 50-100m정도 떨어진 곳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넓은 주차장 공터를 발견했다. 그곳에 주차를 하고 쌓여진 돌담 틈의 작은 입구 사이로 들어서며, 감탄이 절로 나오는 청굴물의 첫인상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 제주에 이런곳이 있구나.' 라는 새삼스러운 감탄과 '이런곳을 이제서야 와보다니.. 제주 여행을 여태 어디로 간걸까?' 라는 후회도 동시에 들었다. 사진찍고 있는 커플도 참 아기자기해 보였던 햇살 가득 한 날 나를 맞이해준 청굴물이 감사했다.
- 용천수를 모아 쓰던 물통 : 청굴물
제주시 구좌읍 김녕해수욕장 근처 김녕리 청수동에 있는 청굴물은, 이 지역 용천수를 모아 쓰던 물통이다. 용천수란, 지하수가 바다 가까이에 이르러 솟아 나오는 물을 말한다. 지금은 청수동이지만, 이전에 청굴동이란 이름을 가졌던 곳이라 지금은 청굴물로 불린다는 이곳, 보통 물통은 보통 노천탕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커다란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 : 밀물과 썰물
바다의 물 흐름에 따라 밀물과썰물 때 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순간에 가서 맞이하느냐는 청굴물의 또다른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내가 본 청굴물은 뜨거운 햇살이 점점 사라지는 3-4시경에 만난 바다였다. 그래서 였는지 조금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 검은 이끼, 초록 현무암 : 하늘과 물
제주의 매력이라면 단연 깨끗한 하늘. 언제 어딜 가도 예쁜 구름이 수놓은 하늘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제주에서는 하늘을 그만큼 많이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었다. 청굴물에 앉아 바다와 하늘을 마주하고 있으면, 바다속에 있는 검은 청굴물 속 이끼도 더 편안한 자연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제주여행 하며 언제나 볼 수 있는 바다이지만, 탁 트인 바다와는 달리 용천수가 담겨 있는 우물이라는 이름부터 색다름을 가져다 준 청굴물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담 아래에 가득 든 살아있는 초록 이끼와 , 들어옴과 나감을 반복하며 담기는 물의 순환이 더욱 매력적인 장소였다.
▶ 입구에서 바라보는 청굴물
좁은 담벼락 사이로 들어선 다음에 만난 청굴물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모습이었다. 바다와 맞닿은 용천수가 담긴다는 청굴물.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가진 곳으로 유명한 만큼, 언제든 어느순간 만나도 참 매력적일 것 같은 곳이다.
▶ 물이 고인 청굴물
양쪽으로 우물이 만들어져 있다. 바다물을 고스란히 사용했던 욕탕의 모습을 제주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여름이 되면 동네 사람들의 마을 공동목욕탕이었던 곽지해수욕장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동네가 걷다보니 용천수가 나는 곳이라 그런지 그 물을 담아 쓰던 물통이라는 청굴물에 담긴 의미도 신기하다.
▶ 계단에 앉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는 제주의 자연. 숲속을 걷는 제주의 자연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지만, 나는 숲보다는 아마도 탁 트인 바다위에 서서 햇살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는 바다가 더 체질인가 보다.
▶ 초록 이끼가 가득한 현무암
검은 현무암과 대조적인 초록 이끼. 생명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라, 또 이렇게 만나보고 있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 든다. 자연의 모습 고스란히 담긴 곳이라 멍하니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