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포함되어 있던 토루여행 일정은 원래 루트와 달리 앞뒤라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설명된 모든 루트는 가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마다 선택하는 토루여행지가 다르다 보니, 여행지에 맞추어서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토루 여행의 전반적인 일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처음 운수요마을을 둘러보고 나서 이제는 조금 지쳤다고 할까? 특별한 경험과 색다른 건축물 이긴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걸으면서 곳곳을 둘러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걷는 게 힘든 분들은 토루여행에서 쉬는 게 많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운수요를 지나 마을의 메인 골목까지 투어를 하며 돌아다니는 곳이 거리가 짧지 않기 때문에 어르신이나 너무 어린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던 건 또 그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운수요를 둘러보고 나서 다시 토루센터로 돌아왔다. 샤먼에서부터 태워왔던 차량이 토루센터로 들어서고, 그곳에 잠시 서서 기다리면 전라갱토루로 이동하는 차량을 탑승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전라갱토루를 보고 나면 하차하는 곳에서 다시 기존에 탑승했던 차량이 태워 샤먼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운수요와 다른 전라갱토루 가이드를 따라 20인승 정도 되는 버스를 타고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전라갱토루는 사채일탕, 유창루, 탑하촌 마을 3코스로 지정되었는데, 내부에 들어가진 못하고 아래위에서 내려다보았던 사채일탕, 그리고 700년 된 가장 오래된 유창루, 흐르는 물 따라 그 장수의 기운이 담긴 탑하촌코스까지 두 번째 토루여행을 마무리했다.
1. 토루센터
두 번째 오는 토루센터. 처음에 올 때에는 그리도 심장이 벌렁거릴 만큼 토루에 왔다는 신기함이 가득했다. 두 번째 온 토루센터는 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2-3시경 그래서인지 아침에 봤던 쨍한 햇살이 가득한 토루센터가 아닌 뭔가 더 청명해진 느낌의 토루센터였다.
운수요마을 관광을 마치고 토루센터로 가는 길 중간에서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마치고, 온 토루센터라 그런지 아침의 무더위와 점심의 노곤함이 몰려오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1박을 온전히 이용하는 시간인 만큼 토루를 그냥 놓칠 수는 없다. 다시 토루센터에서 가이드를 기다리며 5분 동안 잠시 앉아 조용한 동네를 만끽해 본다.
2. 사채일탕
10분도 채 되지 않아, 운전기사가 말한 가이드가 도착했다. 우린 6명이서 한 차를 타고 왔지만, 3명은 승계루를 보기 위해 다른 토루루트를 예약했었고, 나를 포함한 영어가 가능하다는 모녀는 사채일탕을 보러 모여있었다.
우리 3명 팀 외에도 다른 팀에서 이미 사람들이 6명가량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귀엽고 동글동글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가이드를 따라 우리는 같이 사채일탕으로 가기 위해 입장권을 구매한 후 차에 올라탔다.
'와우, 이렇게 구불구불하다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차는 대략 5분 정도 올랐다. 오르다가 어느 순간 내리막을 조금 가더니. 그제야 가이드는 우리에게 내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리자마자 보이는 또 다른 입구. 그 안으로 보이는 사채일탕. 드디어 티브이와 책에서만 보았던 그 유명한 토루를 찾아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우리가 여기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위에서 4개의 원과 하나의 네모난 토루가 한 곳에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만 찍을 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대략 10분 정도 사진을 담고 구경한 다음 다시 차에 탑승해야 했다.
그곳에 가게 되면 카메라를 든 사람이 갑자기 와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아무런 동의도 없이.. 그리고 1분 후에 사진을 출력해 와서 10원이라며 판매를 하고 안 산다고 하면 차량까지 쫓아와 5원으로 하염없이 가격이 떨어지는 걸 보고, 그저 웃음이 난다. 구매하진 않았지만, 동의 없이 촬영 후 무작정 출력이라니..
그렇게 사채일탕을 위에서 내려다본 후 아래로 내려와 아래에서 보는 사채일탕 포토존에서 사진을 담는다. 아래위 모두 내부로 들어가진 않는지, 포토존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아쉽지만, 사채일탕은 내부에서 토루를 보기보다는 외부에서 보는 관광으로 남겨야 했다.
3. 유창루
유창루는 토루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토루였다. 위치, 형태와 같이 다른 점이 있을지 몰라도 사실 건축적인 의미는 동일하며 만들어진 형태 역시 비슷한 토루였다. 유창루는 기존에 보았던 토루와 달리 가장 오래되었다는 점이 이색적이었으며, 원형토루로 중앙 공간이 넓은 광장처럼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거대한 하늘을 고스란히 땅까지 맞이하기 좋았고, 뭔가 안에 건물들이 촘촘히 있는 토루와 달리 더 쾌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뛰놀기 좋았고, 각 맞은편의 집들 공간들을 바라보며 서로 인사하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역시도 토루를 한두 곳을 보고 나면 특별한 건 없다고 말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것 같기도 했다. 건축술과 그들 삶이 방식 차이가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매일 일상적으로 거주하고 바라보는 그들에게는 크게 이색적이지 않을지라도 나에게는 참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 장소와 어우러진 토루는 다들 특별해 보였다.
유창루는 다른 곳과 달리 바로 차도에 버스가 우리를 내려주었다. 유창루 앞에는 물이 흐르는 강이 있었고, 그리고 맞은편에는 식당이 위치하고 있었다. 대부분 개인여행으로 오기보다는 중국인들도 이동이나 입장료에 대한 전체적인 걸 이용할 때에는 자차보다 관광 1일 투어가 흔한 여행루트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그리 앞에 있는 식당들은 붐비지 않았다. (다들 연계된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오기 때문이다.)
유창루는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700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건축물이었다. 이곳을 둘러보고 나서 아래로 물을 따라 내려갔었는데, 그곳이 탑하촌이었다. 아무튼 전라갱토루의 뷰가 좋은 사채일탕, 그리고 가장 오래된 토루 유창루, 그리고 그 물이 흐르는 탑하촌까지, 걸으며 토루마을을 돌아보기 충분했다.
유창루는 원형으로 원나라 말, 명나라 초에 총 5층으로 지어졌다. 내부에는 270칸이 있다. 다른 토루와 동일하게 1층은 거주민들의 공동공간으로 객가인의 조상신을 모시는 제단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1층 정중앙에는 제단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각 가정마다 주방, 가게들이 위치하고 있고,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차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해있다. 또한 2층은 창고, 3층부터는 침실로 쓰이는 거주공간이다. 지금도 여전히 이들은 토루에 거주하고 있어 그들이 삶의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4. 탑하촌
샤먼에서 토루로 가며 나는 사실 토루만 생각했다. 책이나 티브이에서 보았던 형태의 동그란 토루를 보겠다는 기대감에 사실 탑하촌이나 운수요마을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은 알지 못하고 다녀왔었다. 개인적으로 토루도 좋았지만 운수요마을풍경 그리고 전라갱토루를 다녀오며 마지막에 들른 탑하촌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강을 끼고 양옆으로 오래된 중국가옥들이 가득한 모습.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옛스러움과 전통미가 고스란히 담긴 탑하촌은 또 다른 매력을 가져다주었다.
사실 중국도 요즘에는 너무나 상업과 되고 개발되었기 때문에 사람드링 생각하는 것처럼 여전히 못살고 지저분한 나라가 전혀 아니다. 개인적으로 큰 도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체계가 잘 잡혀있다고 생각할 만큼, 위생면에서 조금 더 교육이 부족할 뿐 발전적인 면에서는 그 차이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탑하촌은 상해에서 만나는 수로마을 주가각과 같은 이색적인 풍경을 가진 전통 중국의 모습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건물 내에는 이제 상업화된 상점가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서 있지만 외관만큼은 산세를 고스란히 담은 자연의 모습과 개울가 소리, 그리고 양 길가에 너무 높지 않은 건물에서 탑하촌만의 이색적인 중국마을을 만나볼 수 있었다.
5. 덕원당
탑하촌은 20여 개의 토루로 조성된 산촌으로 가는 길목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토루를 만나본다는 게 참 특별한 마을이었다. 여긴 또한 장수촌 마을로도 유명한데 100세가 넘는 노인들이 살고 있으며, 유독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은 탓에 '장씨 집성촌'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나 탑하촌 내에는 덕원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장씨 제사를 모시는 사당이라고 할 만큼 특별한 사당을 만나볼 수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어릴 때 보았던 중국전통드라마 속의 풍경과 비슷하다. 왠지 스산한 느낌도 들었는데 제사를 모시는 사당이라 그런지 조금은 조용하고 차분한. 그리고 화려한 중국건축의 디테일과 사당의 향 냄새가 가득한 곳이다.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처음 와보는 샤먼에서 꼭 와보고 싶었던 푸젠성 토루. 탑하촌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샤먼으로 돌아가는 차량을 타기 위해 기다렸다. 맨 처음에 토루로 오기 위해 타고 왔던 하얀색 차가 앞에 멈추어 섰다. 반대편 승계루에 갔던 사람들이 이미 차를 타고 있었고, 우리도 다시 그 자리에 앉아 서로 인사를 하며 토루 일정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 모두 탄 다음 잠시 각자 갔었던 토루에 대해 이야기하고, 피곤했던지 모두 잠을 청했다. 돌아오는 내낸 운전기사만 눈을 뜨고 있을 뿐 흔들리는 차 안에서 모두 피곤했던 만큼 금새 잠들었다. 그렇게 샤먼으로 돌아가는 길은 저녁 6시가 지나 7시쯤 샤먼 시내로 들어왔고, 하이창구를 지나며 아침의 쨍한 모습이 아닌 붉게 어스름이 지는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7시 30분쯤이 되어서야 나는 아침 7시 40분에 나섰던 호텔 앞에 내려졌고, 얼마 남지 않은 샤먼 밤의 야경을 즐기겠다며, 한국 서울에서도 타지 않던 저녁 페리를 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 모든 곳에 토루가 있다.
푸젠성 난징 토루는 정말 동네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토루가 있다고 해서 가는 길이었는데, 여기가 거긴가요? 물어보니, 여기도 토루이지만, 여긴 우리가 볼 곳이 아니다라는 말에 역시나 토루 마을이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난징에서 보는 모든 토루들. 이곳은 토루가 생활인 곳이었다.
▶ 장수마을
탑하촌은 장수마을로도 유명하다. 산 좋고 물이 흐르는 동네라 그런지 장수하고 건강한 어르신들이 많다는 이곳은, 조용히 걷는 매력이 가득하다. 가만히 있어도 뭔가 자연의 정기가 고스란히 몸으로 느껴질 것 같은 건강한 자연을 가진 동네, 탑하촌에 걷다보니 이곳에서 투숙할 수 있는 호텔들도 있었고, 사람들이 강가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전망좋은 카페와 음식점들도 보인다. 토루마을을 즐기고 싶다면, 하루쯤은 토루가 있는 동네에서 숙박 해보는 것도 특별한 여행이겠다.
▶ 덕원당
이곳은 정말 중국적인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토루자체와 중국이라는 곳에서 만나는 중국문화와 건축물 그들의 생활이었지만, 덕원당의 오벨리스크 같은 모습의 석재깃대는 더더욱 중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다. 앞에 물이 흐르고, 뒤로는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있어 그런지 스산하고 신성함의 그 경계에 서 있는 듯 했다.
▶ 유창루
사실 사채일탕을 매우 기대했었는데 외부관람만 하고 들어가볼 수 없었던 만큼, 마지막으로 둘러본 토루 내부는 유창루였다. 기존에 보았던 토루와 크게 다른 형태는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만나는 해질녘의 토루와 그곳에 사는 그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선하다.
▶ 기념품
토루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고, 사실 언제 또 샤먼여행에서 토루를 만나러 가게 될 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가볼곳 많은 세상에 나에게 마지막 토루가 될 지 모를 만큼, 잘 사지 않는 기념품을 하나 구매했다. 귀여운 마그네틱도 있고, 저렴하지만, 토루가 고스란히 담긴 이쁜 볼도 있다. 토루에서 구매하는 토루의 기억. 즐거웠어, 푸젠성 샤먼 토루에서의 마지막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