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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메 Nov 26. 2024

23. 아침 산책, 샤먼 중산공원

아침 산책, 샤먼 중산공원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오늘이 마지막 아침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뭔가 이제야 샤먼이 조금 더 친숙해지고, 편해진 것 같은데, 어느새 내가 계획한 여행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샤먼에 온 날은 내내 날씨가 좋았고, 하늘이 이뻤다. 호텔에서 바라보는 창가에 비친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고층건물의 뷰가 아직도 나는 샤먼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동이 유독 많아 생각했던 샤먼 도심을 많이 가보지 못해서였는지, 마지막 아침의 창가를 바라보며 아쉬움이 밀려왔다. 나는 여행하면서 아침에 주로 산책을 하는 편이지만, 이번 샤먼여행에서는 도통 아침 산책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었다. 물론 내 의지가 조금 약해졌을 수도, 몇 달 새에 나의 체력이 조금 더 나빠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침부터 이동을 해야 하는 이틀이었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운 아침 산책이었다.

 그래도, 마지막날의 아쉬움과 샤먼의 마지막 장소를 한 곳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체크아웃을 하기 전에 샤먼의 아침을 걸어보기로 했다.


 3박 4일로 개인적으로 다른 여행지보다 하루 더 일정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토루로 가기 위해 오전 7시 40분에 차를 타야 했고, 하루는 구랑위 페리 탑승을 위해 오전 8시의 첫 여행을 시작해야 했던 일정이 더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여유롭고 싶어서 여행을 시작했는데 빠듯했던 샤먼여행이라, 마지막까지도 나는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 아침시간 만이 유일하고 조금은 마음 편한 시간이었다.  나는 근처에 가보고 싶었던 중산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사실 샤먼이 다른 곳에도 공원이 잘 되어 있었지만, 내가 있었던 중산루 인근에서 가장 가기 쉬웠던 장소이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면 1 정거장 코스로 어렵지 않았고, 도보로 걸어도 20분 거리였기에 (제대로 낮의 산책을 해보지 못했던 터라) 오래 지체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더 샤먼의 공기와 사람들, 건물과 길, 그리고 그 풍경을 담고 싶어 호텔에서부터 중산공원까지 걷기로 했다.












1. 마지막 아침



샤먼에서의 3박 4일의 마지막 4일 아침이다. 하루는 샤먼에 와서 적응하느라 조금 어색했고, 이틑날은 토루에 가느라 바빴으며, 3일 차는 구랑위를 만나겠다는 욕심에 참 열심히 다녔던 3일까지 보내고 나니, 나에게 남은 조금 여유로운 아침은 4일 차 한국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중산루에서 선물도 살 겸 마음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중산루의 웬만한 기념품이나 펑리수 같은 먹거리는 샤먼 공항에 고스란히 판매하고 있었다. 조금 더 둘러볼 걸 뭐 하러 중산루까지 또 가서 그렇게 기념품을 사려고 했을까 라는 후회는 샤먼공항에 도착해서야 급격히 밀려왔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가장 편한 복장으로 산책을 하기 위해 옷을 입고 선글라스와 물 하나를 들고 중산공원으로 향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중산루를 그리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너머 가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화려했던 중산루와 달리 조금은 조용하고 더 쾌적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또 색다른 샤먼이었다.

걷는 길에 만나는 펑리수 기념품 가게, 그리고 아침에 일찍 문을 연 빵가게에 나는 냄새, 아침식사가 가능한 동네식당 등 역시 사는 곳은 어디든 다들 비슷하구나 나는 건,  동네를 조금만 거닐어 보면 참 친근하게 만날 수 있었다. 특히나, 어딜 가든 지역마다 다른 건물들이 눈에 띄기 마련인데, 중산공원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거대한 건물 위에 모스크 건축물 하나가 있는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도심 속 빌딩에 있는 모스크라니! 그 모습도 문화가 섞여있는 샤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차이나뱅크가 보인다. 바로 옆에는 '아이멍'이라는 '사랑해 샤먼'이라는 문구가 같이 적혀 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이 샤먼을 방문하는 MZ세대들의 또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나는 지나다 너무 이쁜 길가의 글을 보고 사진을 담았는데.. 역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핫함이란 다들 비슷한가 보다. 이 길을 따라 주욱 오르면 카페들이 있는데 그 안쪽 골목 역시 아기자기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많이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동네길 산책도 해보고 싶었지만, 나에겐 그리 여유가 많진 않았다. 그렇게 나는 중산공원으로 가는 길에 도롯가에 적힌 벽의 글자와 함께 마지막 추억 사진 한 장을 담고 다시 공원으로 향했다. 사진을 담고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중산공원을 만났다. 







2. 중산공원



 중국여행을 하며 느끼는 건 참 공원이 넓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쾌적하고, 자연공간이 너무나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여행하며 조금 편하게 앉아 쉬고 싶을 때 지도를 찾아 인근의 공원을 다녀오는 것도 내 여행 방법이기도 하다. 조용하게 동네를 산책하는 공원은 언제 가도 편안한 마음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공원 산책은 나에게 빠질 수 없는 장소이기에 동네마다 있는 공원 투어는 언제 해도 좋다. 

 나는 여행지에 도착해 현지에서 받은 지도에 내가 가고 싶은 장소를 체크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그렇게 여행지를 찾다 보면 자연스레 주변도 보게 되는데, 중국공원은 지도에서만 봐도 참 크구나를 느끼지만, 직접 가서 보아도 넓고 잘 꾸며진 공원은 볼 때마다 중국의 스케일과 깔끔함에 놀라곤 한다.

 

 샤먼 중산공원은 현대적인 깔끔함과 편안함에 중국전통정원을 접목한 정원으로 조경도 굉장히 잘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중국느낌이 물씬 나는 건축미와 정원건축을 만나볼 수 있다. 들어서는 입구에서 만나는 거대한 중산공원 문주, 그리고 그 안에 시원하게 뿜어 오르는 분수대, 공원에서 울리는 전통음악, 그리고 어르신들의 태극권이나 춤을 추며 운동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내가 중산공원에 들어선 시간은 대략 오전 8시 정도였다. 공원에 들어서서 놀라운 건 너무나 깔끔한 공원 입구와 이정표로 잔디밭 하나하나도 깨끗하다는 점이었다. 우측으로는 2층으로 된 정자가 하나 있고, 좌측으로는 높은 야자수 아래 어르신들이 운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서 보니 우측의 정자에서는 경극음악을 하는 분들이, 좌측에서는 어르신들이 손을 올리고 턴을 하며 마주하는 댄스, 한 곳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태극권 운동을 하는 분들의 모습으로 공원이 채워지고 있었다. 넓은 공원에서 각자 하고 싶은 방식으로 아침을 즐기고,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삶의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행복한 순간을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들 같아 보였던 중산공원의 아침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다들 열심히 사는 모습에 놀랍기도 했다. 내가 여행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부지런히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곳 분들의 열정적인 아침을 맞이하는 방식에 나도 조금은 더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문을 따라 거닐었다. 중간에 버들나무처럼 물 위로 쳐진 나무들도 있고, 샤먼의 따뜻한 날씨에 맞추어 야자수가 가득 심어진 모습은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여유롭고 조용하다. 공원을 산책하면 뭔가 그런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첫날 똑같이 집미학촌을 거닐며 산책을 했던 날도 좋았지만, 왠지 중산공원을 걷는 아침이 더 여유로웠다. 뭔가 더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계획이 없었고, 이제 이곳을 마지막으로 즐기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더 아쉽고 더 머무르고 싶고, 더 마음과 눈에 담아두고 싶었기에 중산공원은 나에게 더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되었다. 북적이는 여행지와 크게 볼거리가 많은 곳도 좋지만, 잠시나마 마음을 여유롭게 펼쳐놓고, 주변을 고스란히 둘러보고 웃을 수 있다면, 그곳이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니었을까? 3박 4일간 큰 무리 없이 나는 가고 싶었던 장소들을 다녀왔고, 또 한국으로 가는 마지막날까지도 큰 일 없이 아침에 똑같이 밝은 날을 맞이할 수 있었음에 너무나 감사한 오전이었었다.


 샤먼 중산공원은 유독 중국특유의 중국정원 건축양식을 만날 수 있어 또 걷는 게 더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한중일 공원양식 중에서 좋아하는 곳을 고르라면 나는 중국정원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수공간과 정자, 그리고 그레이빛의 연벽이 중국의 차분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중간에 물이 흐르고 곳곳에 음악이 울려 퍼지며, 사람들은 쉬고 운동하고 모임을 갖는 중산공원의 북문을 따라 공원을 뒤로했다.

 북쪽으로 올라 가 공원을 나가게 되면, 사람들이 거주하는 일반 거주지가 나오는데 이곳 역시 조계지였던 탓에 근대건축물로 만들어진 단독주택 단지가 밀집되어 있였다. 깔끔한 담장 너머로 정원이 갖추어진 집들이 꽤 있는데 고급스러운 느낌의 동네였다.

 조용한 그 동네는 골목길에 갤러리, 카페 등도 몇 곳이 있어, 중산공원을 돌고 나서 시간이 있다면, 갤러리와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차 한잔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와 오랫동안 거닐지는 못했지만, 아침에 나오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공원과 일상의 거리에서 나는 조금 더 편안함을 얻어갈 수 있었다. 아쉬웠지만, 색다른 도시에서 만나는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일상이 즐거웠던 샤먼에서의 마지막! 그래. 이제 돌아가야지.








▶ 중산공원 입구


각 도시마다 흔하게 있는 중산루, 그리고 중산공원. 샤먼에서 만나는 중산공원은 거대한 문이 더욱 눈길을 끈다. 공원이라는 얇은 이정표가 아니라, 3개의 아치형 문이 거대하게 서 있는 입구에서 동네를 대표하는 공원이구나 라는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아침이지만, 도심 속에 위치한 만큼 사람들로 북적이는 동네의 쉼터이자 모임의 장소였던 중산공원. 중간에 아치 사이로 보이는 건축물도 인상적이다.








▶ 운동하는 사람들


내가 도착한 건 오전 8시 정도였다. 이미 그늘아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여기저기 음악이 흘러나오며 각자의 무리에서 함께 집중하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공원은 도심 속에 굉장히 넓게 자리하고 있었고, 중앙에는 수공간이 그리고 가장자리에는 샤먼에서 만나는 특유의 식물이 버들나무처럼 아래로 잎이 처져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 전통음악이 울려 퍼지는 정자


꽤나 큰 중산공원이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한쪽에는 태극권과 댄스가 진행되고 있었고, 이곳 2층에서는 경극 같은 노래를 부르는 분과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일찍 나와 연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삼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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