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 is Perfect.

'완벽'이라는 이름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다.

by 아이리스 J

"엄마,

오늘 선생님이.

'Nobody is perfect'이래."


어느 날,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에 다니던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어?"

라고 물으니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다 실수하는 거래. 실수해도 괜찮은 거래."

아마도 교실에서 누군가 실수를 하고 풀이 죽어 있었나 보다.

그 아이에게,

그리고 반 아이들 모두에게 건넨

선생님의 다정한 위로였을 것이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

그래, 머리로는 아는 당연한 말인데..

그날따라 그 문장은 내 마음을 깊게 파고들면서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나는 평생

'실수'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처럼 여기며 살았다.

엄격하고 무서웠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탓일까.

어린 시절의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작은 실수 하나에도 큰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실수는 곧 '부족함'이었고, '혼나도 마땅한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린 마음엔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완벽주의'였다.

실수를 안 하려고 매사에 온 힘을 쥐어짰다.

덕분에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그 뒷면엔 타인을 향한 서늘한 잣대가 자라고 있었다.

나에게 엄격한 만큼 타인에게도 엄격해진 것이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 속으로

'그것도 못 해?'라며 냉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나의 우월감은 사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열등감을 가리기 위한

얇고 투명한 포장지에 불과했다.


몇 년 전, 집 근처 회사에 취직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엔 임시직이었지만

정직원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남들보다 배로 노력한 덕분에,

보통 빨라야 8개월은 걸린다는 정직원 전환이

내게는 단 3개월 만에 현실이 되었다.

어깨가 조금 으쓱해졌고

'역시 나는 완벽해'라는 교만이 고개를 들 때쯤,

사건이 터졌다.

내 생각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 정직원 되자마자 잘리는구나. 역시 난 안 돼.'

숨겨져 있던 열등감이 순식간에 나를 집어삼켰다.

그때, 머리가 하얀 슈퍼바이저 할머니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괜찮아, 아이리스. 누구나 실수해.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미리 가르쳐줬어야 했는데 내 실수였네. 미안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태어나서 내 실수에 대해 이런 반응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따뜻한 배려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그녀는 내 귀에 비밀이라도 말하듯 속삭였다.

"사실 난 예전에 이것보다 훨씬 더 큰 실수도 했었어."

그 익살스러운 고백에 왈칵 쏟아지려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 말을 듣자 간사하게도 난

'대체 얼마나 큰 실수를 했길래?' 하는 호기심과

팽팽하게 당겨졌던 마음의 줄이 툭 하고 풀렸다.

지금 생각하면 나를 풀어주기 위한

그녀의 예쁜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그 무엇보다 강력한 위로였다.

그 말을 듣고 마음속을 꽉 채웠던 자책과 불안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 이후로

항상 경직되어 있던 나의 완벽주의와

세상을 향해 빳빳하게 세우고 있던

나의 날카로운 잣대들이 조금씩 뭉툭해졌다.

슈퍼바이저가 나의 실수를 따뜻하게 품어주었듯,

나 역시 나 자신을 포함한 남들의 실수까지

기꺼이 품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나는 누군가 실수를 하면

"괜찮아. 그럴 수 있어." 하고 말해준다.

우리는 모두 실수하며 배운다.

그리고 그 실수를 덮어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워지는 거 아닐까?

딸아이에게 듣게 된 'Nobody is perfect'라는 말.

어쩌면 이 말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이 말을 빌려 전하고 싶다.

'오늘 당신이 저지른 작은 실수가

당신의 쓸모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완벽이라는 무거운 갑옷을 내려놓아도

당신은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다.'라고.

조금은 빈틈 있어도,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불완전한 채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 매주 수요일. 삶의 작은 깨달음을 배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