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남들을 따라하는가.

당신의 욕망은 정말 당신것인가?

by 아이리스 J

낯선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유독

한 식당 앞에만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할 때가 있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혹은 옆집 메뉴가 더 내 취향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그 긴 줄의 끝에 가있다.

'이렇게 줄을 서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라는 막연한 믿음,

그리고 '나만 저 맛을 모르면 손해 아닐까' 하는

묘한 소외감이 이성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려 먹는 수고로움조차

'검증된 맛'을 향한 통행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한 뒷이야기가 흐른다.

한때 한국 TV 프로그램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몇몇 식당들이 알고 보니

방송 출연을 위해 거액의 뒷돈을 주고

조작된 풍경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적이 있다.

우리는 정직한 맛이 아니라,

누군가 치밀하게 설계한 심리 게임에 놀아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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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는 이를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 부른다.

축제 행렬의 악대차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군중처럼,

우리에겐 다수의 선택을 정답이라 믿고

편승하려는 본능이 있다.

혼자 튀거나

무리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유전적인 공포,

즉 '포모(FOMO) 증후군'이

우리 삶의 도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비 생활은

이 본능적인 불안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TV 속 화려한 연예인이

걸치고 나온 장신구나 가방을 보면,

왠지 나도 저걸 걸치면

그만큼 근사해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물건 그 자체의 효용보다

'남들이 다 선망하는 것'을 소유했다는

안도감을 구매하는 셈이다.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들여

인기 연예인을 섭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결국

그 연예인의 몸값과 광고 촬영비를

우리가 상품을 살 때 지불하면서도,

기꺼이 그 줄의 끝에 서기를 자처한다.

자본주의는 이처럼

인간의 '동조 본능'을 아주 영리하게 이용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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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다 가졌는데

당신만 없으면 손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해서 사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사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것인지

구분조차 모호해졌다.

캐나다의 마트 진열대 앞에서,

혹은 화려한 광고판 앞에서 나는 가만히 자문해 본다.

지금 내 카트에 담긴 이 욕망은 정말 나의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내 머릿속에 심어놓은 타인의 것인가?


우리는 흔히 내가 가진 것들이

내 것이라 믿으며 살아가지만,

사실은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내 안의 목소리는 듣지 못한 채

남들을 따라사는것이 아닌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한때 나도 그런 상술에 휩쓸려

남들이 가진것은 나도 가져야 한다는 불편한 욕구에 편승해

내가 꼭 필요가 없음에도 그 유행에 휩쓸려 사놓고는

입지도 않고 사용도 하지 않는 물건들이

구석진 옷장 한모퉁이에 제법 쌓여있었다.

그걸 볼때마다 뒤늦게

'내가 어리석었지.' 후회하지만

또 어떤 물건의 열풍이 불어오면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그 물건을 좀더

싸게 구입해보겠다고 몰두하는 나를 보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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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멈추고 잠시 생각해볼때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이라서,

혹은 남들이 다 사는 것이라서 휩쓸려 따라서 사는

삶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비록 줄은 짧아도 내 입맛에 맞는 소박한 식당을 찾고,

연예인이 입은 비싼 옷 대신

내 몸이 편안한 옷을 고르는 용기.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고 이용하려 들겠지만,

그럴수록 고요한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화려한 소비의 흔적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꼿꼿이 세워온 '나'라는 존재의 무늬여야 한다.

남들을 따라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내 발밑을 내려다보는 순간,

비로소 진짜 나의 인생이 시작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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