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에게서는 언제 연락이 올까요?

코로나19 확진기

by 박대노

설에 시어머니가 다녀가신 이후 딸아이를 시작으로 온 가족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딸아이는 39도가 넘는 고열을 보였고, 해열제를 먹으면 바로 멀쩡해져 노래하고 춤추며 평소와 다름없는 '중딩'의 일상을 보냈다. 시어머니가 다녀가셨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해 보았더니 양성반응이 나왔다.




1일 차

10시부터 시작되는 PCR 검사를 받기 위해 9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드라이브 쓰루로 진행되는 곳이었기에, 어차피 차에서 대기할 수 있으니 먼저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9시 반쯤, 진행요원들이 PCR 검사 대상자인지 확인을 해주었고, 10시가 되자 맨 앞쪽에 대기 중인 차부터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번이 3번째 PCR 검사인 딸아이는 별 탈 없이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를 처음 받아보는 남편은 자기 코를 남이 들쑤시는 게 불편했는지 손으로 막고 움찔거리다 검사를 못 받고 있었다.

당황하신 선생님을 보기가 부끄러워진 내가 “왜 그래! 가만히 있어야 찌르지!”라고 핀잔하자 남편은 “아니, 코를 막 이렇게 깊게 쑤시잖아!”라며 검사하는 선생님을 이르는 것처럼 항의했고, 모두의 비웃음을 받고 결국 3번이나 찔림을 당하였다.

10시 30분쯤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딸아이는 1~2일간 열이 나긴 했지만, 해열제를 먹으면 바로 가라앉았고, 남편은 가벼운 인후통 증상을 보였다. 나는 열과 인후통, 심한 몸살 같은 근육통 증상을 보였다. 그리고 두근두근 심박수가 빠르게 뛰는 것을 느껴 내 증상이 중증이 아닐까 염려스러웠지만, 다행히 일시적으로 나타난 증상이었다.



2일 차

오전 8시쯤 코로나19 역학조사 대상자임을 알리는 문자를 받았고, 오전 10시쯤 남편에게만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확진되었다는 전화가 왔고, 기초 역학조사서를 작성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문자 받은 URL을 따라 들어가 기초 역학조사서를 작성하면 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남편은 “이거 분명히 잘못 작성하는 사람 있을 거야!”라며 작성하는 내내 툴툴대었다.

코로나 확진 후 격리 기준 등이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우리의 자가격리기간이 언제 끝나는지 궁금했지만, 하루 5만 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기사 등을 통하여 보건소와 통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접했기에 ‘연락 주겠지’하는 심정으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에게는 확진자 급증으로 재택치료 확정 및 병상 배정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는 문자가 왔다.


남편은 인후통 증상도 가라앉았고, 딸아이는 마른기침을 하긴 했지만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근육통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3일 차

나는 <재택치료 추진단>으로부터 재택 치료자 일반관리군에 해당되어 격리기간 중 자택에서 건강상태를 잘 관찰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남편에게는 확진자 급증으로 재택치료 확정 및 병상 배정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는 문자가 또 왔다.

나는 오후 4시쯤 보건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초 역학조사서를 토대로 몇 가지 질문을 해서 답했고, 내가 격리 해지기간에 대해 묻자 보건소에서 담당자가 따로 연락을 줄 것이라고 했다.


남편과 딸아이는 거의 정상 컨디션이었는데, 나는 너무 피곤했다.

평상시에는 거의 낮잠을 자지 않는데 하루 종일 잠이 왔다. 그리고 밤만 되면 몸이 더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공통적으로는 모두 입맛이 떨어져 평상시 식사량의 반도 먹질 못했다. 나는 소화도 잘 안되어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는데, 다행히 미각이 소실된 것 같지는 않았다.



4일 차

이제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없다. 그저 마냥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도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식사를 잘하지 못했는데, 문제가 생긴 것을 느꼈다. 미각에 문제가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단맛이 느껴지질 않았다. 음식 섭취량이 줄어 짠맛이나 매운맛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졌는데, 단맛이 느껴지지 않다 보니 평소 매일 2개씩 먹던 아이스크림이며 과일이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 먹고 싶지가 않았다.



5일 차

남편에게만 격리기간을 알려주는 확진자[일반관리군] 지침 안내 문자가 왔다.

나는 개인 휴대폰 번호로 코로나19 심리지원 대상자에게 발송되는 문자라며 정신건강평가를 받아보라는 URL이 포함된 문자를 받았는데, web 발신의 개인 번호로 보내진 URL을 클릭하기가 찝찝하여 무시했다. 오전 10시와 오후 1시, 2번 문자를 받았다.




6일 차

아무 연락이 없다



7일 차

오늘 자정을 기점으로 격리 해제된다는 문자를 남편만 받았다.

격리 해제를 9시간 남겨두고 격리 구호물품이 도착했다. 격리 구호물품은 재택치료를 하는 확진자에게 필요한 물품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8일 차

격리가 해제되어 남편은 출근하였고, 격리 해제 확인서 발부 안내 문자도 남편만 받았다.


10일 차

소화기능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단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2주 정도가 지난 지금은 이제 단맛이 느껴지지만, 나는 여전히 많이 피곤하고 마른기침을 계속하고 있다.




확진자가 되어 재택치료로 7일간 집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것들은 택배로 구매해서 받을 수 있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전원주택에 사는 덕분에 조금은 덜 답답했을 것 같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하루 20시간씩은 잠을 잔 탓에 답답한지 어떤지도 느낄 수가 없었다.


아쉬운 점은, 확진자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한 가족이 모두 확진되었으니 가족 중 대표 한 사람에게만 연락을 할 수도 있겠지만, 확진자로 등록되는 순간부터 필요한 모든 안내를 환자 모두가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대표 한 사람으로 연락망을 통일하는 게 맞지 않을까.


누구는 문자를 받고, 누구는 못 받고, 어떤 문자는 개인 휴대폰 번호로 보내고, 담당자 배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문자를 제일 많이 받은 남편은 우리 모두 문자를 받은 줄 알고 전달해주지 않아, 내가 물어보고 나서 남편이 받은 문자 내용을 알게 되었으니 이런 행정절차가 그저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모든 일련의 안내를 시스템적으로 연동해놓는 일이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재택치료를 하는 확진자에게 필요한 물품들로 알차게 구성된 격리 구호물품도 격리 9시간을 남겨놓은 시점이 아니라, 격리된 직후 받았다면 훨씬 유용하게 사용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가족 모두 가벼운 증상만을 앓고 지나갈 수 있어 너무나 다행이었다.

그리고 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날 병원으로 업고 뛰어 줄 가족이 함께 있어 다행이었다.

내가 일시적으로라도 흉통이나 빈맥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 연락도 안 되는 보건소나 유관 기관에서 어떠한 도움도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이 곁에 없었다고 생각하면 조금 무서워진다.

1인 가구가 그렇게 많다는데, 확진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이렇게 처리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이 부분은 빠른 시간 내에 정책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담당자에게서는 언제 연락이 오려나? 계속 기다려 봐도 되려나?


격리 해제 9시간을 남겨 놓고 받은 격리 구호 물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