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이야기
문득문득, 마루가 멍하니 멈춰있는 순간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케이지에 들어가 있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자꾸자꾸 잠이 오는 걸까.
몇 달 전부터는 내가 외출만 하면, 짧은 외출임에도 화장실에 소변을 본다. 엄마가 없어서 불안한 걸까.
이 모든 것들이 마루의 노화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 갑자기 조바심이 났다.
눈물이 나는 것을 꾹 참고 마루에게 말해주었다.
끝까지 행복하게 함께하자고.
봄이 오려나보다.
대형견은 수명이 짧다 하는데, 8살인 마루가 몇 번의 봄을 더 맞을 수 있을까.
이 따스한 봄 햇살로 꾹꾹 마사지받을 수 있게 복숭아밭으로 산책을 나갔다.
이 달콤한 바람 냄새로 흠뻑 샤워할 수 있게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오늘 마루는 그렇게 세 번이나 산책을 했다.
이 봄, 시간을 멈춰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