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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들일까? 딸일까? (2)

손주맞이 프로젝트

손주 성별, 기다림의 미학


손주의 성별은 아들 훈의 결혼식에서 직접 듣기로 한 딸 민의 '서프라이즈 계획' 덕분에 궁금해도 참아야만 했다. 훈의 결혼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어, 가족들이 결혼식 이틀 전에야 현지의 한 레스토랑에서 모두 모였다. 배가 눈에 띄게 불러온 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눈을 감고 두 손을 하늘로!"


“아기의 성별을 알고 싶으시면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모아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해 보세요.”

그 자리에 모인 시어머니와 나, 남편, 아들 훈과 새 며느리까지 모두가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몇 달 전 가족끼리 손주 성별을 추측했을 때 대부분이 아들을 예상했기에, 나도 아들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눈을 감는 순간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피어올랐다. 만약 아들이라면 이 마음을 읽고 실망할까 싶어 조심스럽기도 했다.


양말 한 짝의 의미


손 위에 부드러운 천 같은 무언가가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 민이 눈을 떠도 된다고 하자 눈을 떴는데, 손 위에는 남자 아기 양말 한 짝이 놓여 있었다. 그제야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아들 둘을 둔 시어머니는 “아들이 있어야지” 하시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다. 나는 겉으로는 “아들이어도 건강하면 되지”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딸이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작은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사위가 아들을 바랐다는 말에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손녀의 자리


나는 이 소식을 친구들에게 전했다. 그런데 몇몇 친구도 내년 예정인 손주가 아들이라며 약간 서운해하는 기색이었다. 친구들의 손주 성별을 따져보니 대부분 아들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손녀가 적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왜 할머니들은 손녀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 것일까?


마음의 변화


딸이기를 바라는 마음의 변화는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더 분명해졌다. 요즘 결혼한 아들은 며느리의 가족과 더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딸을 바라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요즘 세대는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예전과 많이 다르다. "나부터 챙기자"는 자기 존중의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다.


진정한 관계의 기본


결국 손주의 성별 이야기가 인간관계의 본질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아들이냐 딸이냐를 넘어, 자녀가 진심으로 부모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 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깨닫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배려하는 것이 모든 관계의 기본이 아닐까. 나 역시 이 기본을 되새기며, 딸이든 아들이든 구분 없이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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