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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Mar 04. 2023

런던일기2_우울한 날

사는 것도 귀찮을 때

10년이 넘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심각하지는 않아, 약과 상담 없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레벨이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힘든 상황에 빠지면 우울증이 다시 재발한다.


런던의 우중중한 겨울, 구직, 비자, 집에 대한 걱정과 불안. 우울증이 없던 사람도 충분히 우울할만한 상황이다. 그래서 다시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침대에서 나가는 것이 힘들고, 무엇 하나 집중하기 힘들다.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운동도 하고 싶지 않다. 


보통 증상이 나타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약속은 모두 취소해버리고, 일은 대충대충 하고, 제대로 먹지도 않는다.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나아지고, 다시 활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인데, 돌아오는 시간은 빠르면 4일, 늦으면 몇 달이다. 사실 제일 힘든 것은 내가 이 시간을 생산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다. 이렇게 계속 마음이 아프면 뒤쳐질 것 같고, 현실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 


약과 상담에서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기에, 나는 그냥 '자연치유'를 택하였다. 별거 없이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한다. 침대에서 하루종일 자고 싶으면 그렇게 한다. 초콜렛을 먹고 싶으면 질릴때까지 먹는다. 슬프면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운다. 그리고 실컷 잔다. 그러면 조금씩 기분이 나아져있다. 에너지가 생기면 최대한 밖에 나가거나 운동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우울감에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우울감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냥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존재에 가깝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 우울증에 걸려, 자해 시도를 했었고, 1주일간 정신 병원에 입원해있다가 한국으로 강제 귀국당했던 경험이 있다. 그 때는 정말 외로웠다. 저녁 8시가 되면 모든 상점이 닫는 시골에서, 차도 운전하지 못하는 이 곳에서 나 하나쯤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저질렀다. 곧 후회하고 자발적으로 병원에 갔지만.


이제 10년도 더 된 일이기에, 그 때는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한다. 약을 삼킨 것은 괴로웠고, 정신 병원에 입원해서 10분마다 감시를 받고 감옥처럼 갇혀있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는 것도 쉽지는 않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감사하고 기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살아있는 것이란 참 귀찮고 괴로운 일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외롭지는 않다. 심지어 아는 사람 및 친구 한 명 없는 곳에 있는데도. 힘들여서 친구를 만들고 싶지도 않고, 연애를 하고 싶지도 않다. 혼자가 편하고 계속 혼자이고 싶다. 그냥 이렇게 살 것이다.


노르웨이 사람들과 정서가 통하는 듯...


하루종일 구름이 껴있었던 하늘에 파아란 색깔이 조금씩 보인다. 

하늘을 보러 집 밖을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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