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곱 번째 산문집 『다시 또 가을』 원고 손질 시작
나의 여섯 번째 산문집 『다시 또 여름』을 교보 퍼플에서 POD 방식으로 출간했다.
지리산 끝자락, 악양 산기슭 햇살 좋은 언덕에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20여 년. 낮에는 밭을 일구고, 밤에는 글을 쓰는 주경야필(晝耕夜筆)의 삶을 살아온 지도 오래다. 퇴직 후 오롯이 이곳에 머문 세월만도 벌써 12년째다. 이번 책은 ‘편’(아내를 부르는 호칭)과 함께 작은 별서 길뫼재를 가꾸어 온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2007년 여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다섯 계절의 숨결을 따라 쓴 이야기를 모았다.
길뫼재 언덕에 서면 아득히 흐르는 섬진강이 보이고, 해 질 무렵 형제봉 신선대 너머로 붉게 물드는 산등성이가 가슴 깊이 파고든다. 그 풍경이 있기에 나는 여전히 이 언덕을 떠나지 못한다. 낮에는 ‘밭일’, 밤에는 ‘글일’을 하는 삶, 즉 주경야필이 내가 글을 대하는 태도다. 글의 밀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신체적인 움직임을 우선으로 둔다. 그래서 밤이면 졸음과 글, 두 강적과 씨름한다. 한 문장, 한 단어를 붙잡고 고투하다 보면 글이 조금 단단해지고, 책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미 누군가의 손에 들린 듯한 기분이 든다.
여섯 번째 산문집을 완성하기까지 나는 네 대의 기기 앞에서 글을 다듬었다. 노트북 가로 모니터와 세로 모니터, 태블릿, 그리고 휴대폰. 혹시라도 언젠가 이 네 대의 기기가 박물관에 전시된다면, 설명문에는 ‘내 산문집 제작의 동지들’이라고 적히지 않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POD 출간은 네게 한 번은 넘어야 할 높은 산이었다. 수년 동안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 매번 들머리에서 좌절했던 그 산, 드디어 오늘 ‘피오디’라는 산의 꼭대기에 올랐다. 교보 퍼플 서비스에 작가 등록을 했던 것이 현직 시절이니, 햇수로 따지면 약 15년 만이다.
A부터 Z까지 직접 해내야 하는 POD 출판, 작가가 직접 감당해야 하는 일이 많다. 말하자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피리 불고 춤까지 추는 셈이다. 원고 교정과 삼교, 사교는 물론 십교(十矯)까지 해냈지만, 문제는 ‘날개가 있는 표지’ 제작이었다. 이번에도 거의 좌초 직전까지 갔다.
그러던 중,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이, 한 작가가 좌절 직전에 ‘미리캔버스’라는 디자인 플랫폼을 발견해 표지 제작에 성공했다는 글을 읽었다. 나도 곧장 회원 등록을 하고, 악전고투 끝에 드디어 신국판 크기의 ‘앞날개–앞표지–책등–뒤표지–뒷날개’로 이어지는 펼침 표지 제작에 성공했다. 원고 정리 기간을 제외하면, POD 출판 그중에서도 표지 제작을 익히고 완성하는 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이상 걸렸다. 그동안 다른 생각은 거의 할 수 없을 만큼 몰두했다. 옆에서 지켜본 편이 걱정할 정도였다.
젊은 사람들이나 웹디자인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쉬운 일이겠지만, 농사짓는 무딘 머리와 투박한 손으로 도전하다 보니 머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남들은 “그 정도쯤이야” 하겠지만, 내 눈에는 “내가 이 정도를 해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머리와 손을 쓰다듬어 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POD 방식으로 산문집을 출판할 계획이다. 이제 일곱 번째 산문집 『다시 또 가을』 원고 손질을 곧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