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_JINZAKA_그림일기장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 날씨: 맑음
제 목: 전어들의 원형보행
작업을 하다가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책상을 박차고 공원으로 뛰쳐나간다.
이 공원의 트랙은 언제나 만원이다.
공격적으로 트랙을 돌고 있는 사람들 틈에 함께 걸을 자신이 없어 우두커니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다 문득 방금 걸어오다 지나친 어느 횟집 수족관 속에 한 방향으로 열심히 헤엄치던
전어들이 떠오르면서, 나의 영혼의 삼촌 고흐의 작품도 함께 떠올랐다.
‘죄수들의 운동’이라는 작품은 귀스타브 도레의 석판화 ‘죄수들의 원형보행’ 이 원작인데
교도소 안에서 원운동을 하며 돌고 있는 죄수들을 그린 것이다.
고흐는 이 작품에서 죄수들 사이에 자신을 살짝 끼워 넣었다.
북적북적 인구밀도가 높디높은 서울 속 작은 공원 하나.
일상에서 해방을 느끼고 자연과 어울리고 싶은 이들이 올 수 있는 곳은 이 작은 공원 하나.
수족관 속 전어처럼, 고흐 그림 속 죄수들처럼,
우리는 이 작은 공원에서 한 방향으로 돌며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가장 부자연스럽게
자연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