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ZAKA Mar 22. 2024

내 조카는 멋진 시인

2024_JINZAKA_그림일기장

2024년 3월20일 수요일 / 날씨: 맑음


제 목: 내 조카는 멋진 시인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는 자신의 멘토인 요르겐 레스(영화배우·영화감독)에게 그의 1968년 작품인 

<완전한 인간>을 다섯 가지 버전으로 리메이크할 것을 요청하며 영화 <5개의 장애물>은 시작된다. 

그가 요청한 5개의 장애물 조건은, 

-쿠바에서 세트 없이 12프레임 이내로 촬영할 것, 

-위험한 장소에서 촬영하되, 그 장소와 그 안에 인물들이 화면에 보이지 말 것. 

-레스의 생각대로 자유롭게 촬영할 것.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것.

-레스는 폰 트리에가 작성한 내레이션을 읽을 것.

한정적인 상황에서 고분 고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오히려 한정적인 상황에서 창의력이 쏟아진다.”라는 말에 대한 신뢰가 상승한 경험을 준 영화였다.


사랑하는 나의 조카는 또래에 비해 말을 아주 잘하는 똑똑한 녀석이다.

그렇지만 아이는 아이인지라 어른들의 언어 구사력과는 다르게 당연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한정적이기에 창의력은 상승하여 조카는 때론 시인이 되곤 한다. 

엄마가 고기를 맛있게 구워주려 토치에 불을 켜자 “누구 생일이야?” 했던 일,

한밤중에 잠에서 깨, 깜깜한 방에서 엉엉 울다가 엄마에게 “달을 가져와, 태양을 가져와.” 했던 일 등…….

정말 멋진 시인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어린 조카를 보며 「한정적, 제한적인 상태에서의 창의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누구보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내 작업에서도 욕심내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이켜본다. 




참조 : - 영화 <5개의 장애물 : The Five Obstructions> / 요르겐 레스, 라스 폰 트리에 (2003) 

        




작가의 이전글 꼬마 눈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