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겨울에
친구와 긴 유럽 여행을 떠났다.
어릴 적부터 사귀었던
너와는 처음으로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던 것이었어.
우리는 대학 동기였고
대학 특성상 4년 동안
거의 매일 같이 수업을 들었어.
직장을 가지고 나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났었지.
그런 우리가
유럽 여행으로 인해서
처음으로 긴 시간 떨어져있게 되었던 거야!
그래서 그럴까,
유럽 여행 기간 내내
집에 가고 싶었다.
알프스 산맥이나
파리의 에펠탑을 보면서도
솔직히 네가 많이 보고 싶었다.
24살의 나는 너를 뒤로 한채로 유럽으로 떠났고,
25살이 되어 인천공항에 마중나온 네 앞에 다시 나타났다.
한국의 겨울은 유럽보다 더 추웠는데
너의 얼굴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어.
나도 그랬겠지.
인천공항에서 시골에 있던 관사까지
이어지던 여러 대의 버스 안에서
들떠 있던 너의 얼굴이,
도착하자 마자 마주 잡았던 그 손이,
우리 결혼하자고 얘기했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설픈 풀꽃반지도 없었고
가진 것도 하나 없었던 우리지만
그냥 같이 있자는 그 마음으로
앞으로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했어.
마주 잡은 두 손만이 있던
얼렁뚱땅했던 프로포즈는
우리 둘만의 자랑이 되었지.
멀리 여행을 떠난 곳에서
가장 그리운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잖아.
어쩌면 내가 떠났던 유럽 여행 때문에,
다름 아닌 그것 때문에 우리가 결혼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