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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두려운 것을 시작해 보는 것

[10. 나에게 가장 두려운 것을 시작해 보는 것 ] ​​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것, 새로운 말을 하는 것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록이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고 인덱스를 붙인다.

독서를 할 때 인덱스를 활용하는 이유는 색깔을 구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렇다. 노란색은 감동을 준 부분 빨간색은 글을 쓸 때 꼭 사용해 보고 싶은 단어나 표현 등 이성과 감성을 두루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불편한 것을 피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다. 그런데 그 불편함을 이겨낼 때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삶의 진리다. 힘들다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기 때문에 한 번 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징글징글하던) 아이의 중간고사가 끝났다. 어제 친구들과 인형 뽑기에서 2만 5천 원을 시원하게 쓰고 품에 한가득 인형을 들고 오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2주 정도를 가족이 함께 시험 기간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터디 카페를 갈 때도 있었지만 집에서 공부를 할 때는 우리도 괜히 소리를 줄이고 주말에도 맘 편히 티비를 켜지 못했다. 아이가 늦게 자니 남편과 영화 한 편 보는 재미도 반납했었다.

오랜만에 아이가 거실에서 널브러져 있으니 남편이 " 내 맘이 다 편하다 서윤아."라고 말한다.



아이는 5과목 시험을 처음 준비했다. 한 달 전부터 외울 것은 미리 해놓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지만

대답은 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계획을 짰고 결국 범위가 많은 역사 부분은 시험 전날까지 끙끙거렸다.

계획도 틀어졌고, 덕분에 어떻게 비중을 잡고 공부를 하고 순서를 정할지도 애매해졌다.

큰 아이가 이실직고한다. 역사는 정말 피하고 싶었어. 하기 싫어서 끝까지 손도 안 댔다고.



공부에 욕심도 많고 점수도 꼼꼼하게 챙기는 아이가 '모르겠다. 어렵다. 하기 싫다. 두렵다'라는 이유로

역사를 아예 손 놓고 있다는 사실에 나와 남편은 사실 조금 충격을 받았다.

' 쟤 왜 저래.'



시험이 내일인데 개념도 완전히 안 잡아 놓은 아이를 바라보며 50점만 맞아도 감사한 상황이지라고 위안했고 아이는 87점을 맞아왔다.

나와 남편 모두 " 오 선방했다!" 카톡을 보냈다.



하다 보니 됐는데 왜 피하기만 했을까. 아이가 한 말이다.

불편한 마음 때문이다.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을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다. 못하는 것은 슬쩍 뒤로 빠져 숨고 싶고 손에 대기도 싫다. 운전이 두렵다며 뒷짐 지고 조수석에 냉큼 타버리는 나의 모습도 사실  정체 없는 두려움 때문이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도 평소보다 더 신경이 쓰이거나 긴장되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처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때, 직장을 이직할 때 등등

우리 인생에 숱한 두려움들이 존재한다. 솔직히 때론  눈 가리고 숨어버리고 싶은 일들이다.



아이는 이상하게 역사책을 잘 읽지 않았다. 흐름을 이해하면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역시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 나도 역사가 어려웠다.)

모른다고 치부하고, 어렵다고 밀어내면 근처에 가기가 싫다. 더 두려워진다. 그래서 과감하게 한 발 더 앞으로 다가가 더 파고드는 집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두려움으로 시작한 새로움은 익숙함이 되고 나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도 깨달았을 것이다.



글쓰기 강좌에서 만나는 수강생들은 처음 나를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한다. 새로운 도전이 흥분되지만, 그 새로움이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글 쓰는 것이 나의 일상을 까발리는 같아 발가벗고 서있는 기분이 든다고 표현하신다. 나의 남루한 인생이 모두 들켜버리는 것 같아 그 자체가 겁이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하루 그 두려움에 익숙해지면 불편함을 이기고 글이 완성된다. 처음에는 한 줄도 쓰지 못했던 글이 5줄이 되고, 솔직한 마음이 가미된 10줄이 된다.

스피치 강좌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라우마 때문에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려운 수강생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업을 들었다. 매 발표 시간마다 긴장의 눈물을 흘렸고, 12주 수업 마지막 녹화 영상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에게 불편한 부분이 무엇인지 관찰하는 것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용기 있는 자만이,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태도다.

모두 다 장점을 드러낼 때 나의 부족한 부분과, 나의 두려움을 직시하며 그 길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 사람은 결국 또 한 번 이겨내게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기 싫은 길은 어떤 방향이며 나는 왜 그 길이 두려운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그 새로운 길로 향하는 노력을 할 때 나의 무언가가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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