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아이스티

Ep.01_매주 토요일, 우리 가족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by 정병진

2012년에 딸아이가, 2016년 아들이 태어났어요. 둘이 모여 넷이 됐죠. 아내와 저는 우리 가족만의 문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아내가 복안을 냈습니다. 이슬아 작가의 책을 보니 작가님이 아이들 글쓰기 지도를 하시더라며 "우리도 아이들과 같이 글을 써볼까?"라는 거 아니겠어요. "너무 좋다!"


'우리가족 글 백화점'은 그렇게 매주 토요일 저녁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글을 쓰지 못하는 막내 정설. 하지만 그림으로 응수한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매주 토요일 식탁에 모입니다. 각자 펜과 종이를 준비합니다. 저와 아내는 간식을 마련했습니다. 주제는 딸아이가 정합니다. 아이가 고른 첫 주제는 '복숭아 아이스티'였습니다. 그 전날 친구네서 마신 복숭아 아이스티가 너무 맛있었나 봅니다. 여튼 주제가 정해지면 5분 정도 생각의 시간을 갖습니다. 주제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이나 느낌을 떠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생각을 마치면 한 사람씩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로 풀어줍니다.


딸아이가 제법 진지하게 참여하더라고요. 심지어 복숭아 아이스티와 관련해 우리 부부가 전혀 몰랐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복숭아 아이스티를 엄마, 아빠 몰래 마신적이 있어"


물에 타 마시는 복숭아 아이스티를 아이들이 너무 많이 마실까봐 정해진 양만 주곤 했는데, 야음을 틈타 엄마 아빠 몰래 주방에서 복숭아 아이스티를 만들어 마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전혀 몰랐던 딸아이 이야기에 허를 푹 찔린 우리. "그래?!" 아이가 고이 접어두었던 은밀한 추억이 우리 가족의 글쓰기 진열대에 짠! 오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나누던 이야기에는 점점 열의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주제 : 복숭아 아이스티, 정결

나는 뉘른베르크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그것은 바로 복숭아 아이스티!
엄마&아빠 몰래 마신 거였다.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도 먹어야지~!










다음은 내 차례였다. 복숭아 아이스티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떠오른 건 대학교 2학년 때 신촌에서 알바하던 시간이었다. 충남 대천 시골에서 상경한 '촌놈'이 누린 호사스런 아르바이트였다.




주제 : 복숭아 아이스티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숍에서 마시던 복숭아 아이스티가 문득문득 생각난다.

군대 가기 전 9개월 간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여러 음료를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달짝지근한 복숭아 아이스티를 좋아했다. 맛있으니까! 사람들도 커피가 내키지 않을 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바로 복숭아 아이스티였다.

아이스티는 윤활유였다. 사람들이 대화의 포문을 여는 데 아이스티처럼 달짝지근한 음료 만한 게 없었다. 만만한 게 아이스티였달까. 누구나 쉽게 음료 한 잔 시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지금 마셔도 늘 맛 좋은 아이스티!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달달구리한 윤활유인 복숭아 아이스티를 그래서 오늘도 난 달큰하게 마셔본다.









아내는 '복숭아'에 집중했다. 나도 처가살이 할 때 자주 먹었던 흰색 복숭아가 소재였다. 아버님이 늘 제철이 되면 과일 도매시장에서 박스째 백도를 사오셨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군침이 돌았다. 그러다 이내 돌아가신 장모님 생각이 났다. 아내의 얼굴을 살짝 스치운 쓸쓸함도 보았다.







복숭아 아이스티
변진경

나는 과일 중 복숭아를 가장 좋아한다. 6월이면 새하얀 백도 복숭아를 아빠가 자주 사오셨는데, 대부분은 내 입으로 들어갔다.

부모님 집을 떠나 혼자 살 때도 여름이면 어김없이 복숭아가 생각났는데, 가벼운 학생의 주머니로는 복숭아를 사기 어려웠다. 그럴 때면 맛은 비슷한, 그러나 훨씬 싼 복숭아 아이스티를 사먹었다.

아.. 부모님과 함께 있었다면 아이스티가 아닌 진짜 복숭아를 먹을 수 있었을텐데!!





가볍게 시작한 글쓰기 놀이. 우리 가족이 함께 놀기에 부족함도 부담도 없는 아이디어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복숭아 아이스티'와 관련해 여러분은 어떤 추억을 갖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 )


주제 : 복숭아 아이스티
여러분 : (댓글)



by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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