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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May 05. 2024

5개국어 +@를 구사하게 될 아이들

달리 제작 이미지

'독일에서 아이들 키우는 건 어때?' 라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너무 좋다"고 답한다. 우리 부부의 교육관과 독일 스타일이 잘 맞고, 아이들 역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다중언어를 구사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


아이 친구들을 보면 4~5개 국어는 기본적으로 구사한다. 보통 독일어와 영어를 기본으로 깔고, 엄마나 아빠 쪽 제2외국어를 배운다. 딸아이의 절친인 아나밸라는 독일어와 영어에 네덜란드어, 러시아어를 할 줄 안다. 이제 곧 중고교 통합 과정인 김나지움에 진학하는데,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등을 별도로 배우게 될 것이다.


딸아이는 한국어, 독일어를 편하게 구사한다. 영어는 BBC 다큐를 이해하며 보는 수준이 됐고, 절친 따라 네덜란드어,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 덕분에 러시아어를 자연스럽게 연습한다. 곧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데 딸아이는 라틴어가 전공필수인 학교로 간다. 우리로 치면 외국어고등학교 수준의 어학을 공부하는데,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전공필수, 나머지 스페인어나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을 전공선택으로 공부하게 될 예정이다. 라틴어에 뿌리를 둔 언어들은 어지간하면 쉽게 마스터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딸아이와 아들녀석이 한국어를 잊지 않도록 집에서는 무조건 한국어를 쓰도록 일러둔다. 우리집 규칙이다. 최근 아들녀석은 한글을 배웠다. 한국어는 구어체로 구사할 수 있었지만 이제 글자까지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글자는 굳이 빨리 가르치지 않았다. 생각이 글자 안에 갇히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아들도 독일어가 가장 편하고, 그 다음 한국어, 그 다음 영어 순으로 언어를 구사한다.


이민으로 우리 부부는 숨쉴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고, 이민에 쏟아 부은 에너지 덕분에 아이들은 사교육 없이도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다중언어만 마스터 해도 이민은 성공이다' 싶었던 아내와 나의 계획은 그렇게 궤도에 안착했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며 살아갈지는 또다른 지난한 과제이다. 그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적어도 다중언어라는 무기 만큼은 일생을 살 때 적잖은 힘을 말과 생각에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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