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지라르

불과 일주일 만의 석방.

셋이 죽은 사건이었지만,


증거는 불충분했고,

목격자도 없었다.


사람들은 의아해했지만

말하진 않았다.


크로머 또한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에게 정당하게 죗값을 받을 기회는 없었다.


법은 진실에 닿지 못했고,

세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익숙한 거리,

오래된 돌담,

낡은 간판들.

무겁고 눅진한 공기 속에서

그는 천천히 걸었다.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채.


골목 입구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위압감이 있었다.


그중 가장 가운데,

가장 윗사람처럼 보이는 이가 묻는다.


“네가 크로머냐?”


잠시 침묵. 그로 먼 대답하지 못했다.


"... 내 아들을 죽인 놈이 너냐.”


크로머의 눈이 커졌다.

그 질문 속에 담긴 의미가,

단어보다 먼저 가슴을 찔렀다.


“... 그렇다.”


고 말하려던 순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대답은 들은 걸로 하지.”


그리고 그 남자의 손짓 하나.


그 짧은 신호 뒤로,

등 뒤에서 무언가가 파고들었다.


차가운 감촉.

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금속의 날.

피부 아래로 번지는 것은

고통이 아닌 공포가 먼저였다.


순간, 세상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시야는 흐려졌고,

다리가 풀렸다. 죽음을 실감했다.


온 정신이 공포에 잠식되었다.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 순간, 수많은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 나를 바로 잡은 데미안.

다시 온 방황의 길 앞에서 선 벤노.

나를 나아가게 한 요한.

마지막으로 그녀의 웃는 얼굴.


작고 강단 있는 그 웃음이,

서서히 어두워지는 의식 속에서 빛처럼 솟았다.


‘괜찮아.’


입술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 끝없이 되새겼다.


‘괜찮아. 괜찮아.’


그 말로, 스스로를 달래며

그 무서운 밤을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숨이 멎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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