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프랑스 체험기

내 첫 비쥬. 내 첫 히치하이킹

by Zoe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곳으로 여행 갈 때, 내가 딱 하나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나의 '인복'


나는 로또는 고사하고 가위바위보나 사다리 타기에서도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는 행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유난히 사람복만큼은 좋은 편이다. 어느 정도냐면 고삼 때 책가방을 잃어버리고도(놀랍게도 수능 백일 전) 친절한 빙수 가게 사장님이 손수 찾아주고, 지갑을 잃어버리고도 동네 꼬맹이들이 우리 집에 가져다주는...... 그런 미친 인복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준비성과 정신머리라곤 1도 없이 여행을 가도 좋은 사람을 만나 휘뚜루마뚜루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삐뚤어진(?) 마음을 갖게 된 것은 모두 나의 소중한 친구들과 인연들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냐면, 초면인 할아버지의 차를 얻어 탔다. 말하자면 히치하이킹이다.


라푼젤의 성으로 유명한 수도원이 있다.

몽생미셸.

프랑스 북서부에 작은 섬 위에 있는 수도원은 물 때에 따라 육지와 연결되었다가 분리되었다가 하는 야경이 매우 아름다운 장소이다.

보통 뚜벅이 배낭여행객들은 여행사를 통해 파리에서 당일치기 패키지로 다녀오곤 한다.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초보 여행객은 몰랐지.

당일치기 패키지로 다녀오면 야경을 즐기기 힘들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나는 혼자 몽생미셸로 갔다.

숙소와 기차도 미리 예약해두었기 때문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파리에서 떠났다.

야경을 위해 해가 진 후 도착했다. 끝 모를 허허벌판에 홀로 외로이 빛나는 몽생미셸이었다.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외로이 몽생미셸 단 하나만 덜렁 빛이 들어왔고 내가 가야 하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그 자체였다.


몰랐는데, 그곳은 양과 염소를 키우는 목초지가 대부분인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시골이라도 가로등은 있지 않나? 무튼 거기는 없었다.

저 멀리 양과 염소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주 가까이에서 들리는 건가? 알 수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어디부터 하늘이고 어디까지 땅인지도 알 수 없었다. 버스도 없었다. 숙소까지 걸어서는 1시간이 걸렸다.

나 혼자 그 깜깜한 허허벌판을 걸어가야 했다.

정말이지 너무 너무 무서웠다.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그나마 밝은 버스정류장에서 머뭇거리는데,

이때 나의 '인복'이 제 역할을 했다.

같은 정류장에 나와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동양인 여성분이 있는 게 아닌가!

용기 내서 말을 걸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여기 사정을 잘 모르고 자유여행을 위해 숙소를 예약한 여행객이었다. 심지어 한국분이었고, 나잇대도 나와 비슷했고 나와 같은 숙소였다!

본인을 클로이라고 했는데 본인도 밤길이 무서우니 함께 걸어가자고 했다.

우리는 휴대폰 라이트에 의존해가며 한 시간을 넘게 걸어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의 호스트는 영화 '업'의 주인공을 닮은 인자한 노부부였다. 실제로도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반겨주며 웰컴 디저트를 주실 정도로 친절하셨다.

안도하며 체크인을 하려는데, 갑자기 영화의 장르가 바뀐다.


"음...... 그런데 오늘 우리 예약은 한 사람뿐인데?"


오 마이 갓.

그 무서운 어둠을 헤치고 1시간을 걸어간 숙소는 내 숙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숙소와 이름이 비슷했던 나의 숙소는 클로이 언니와 20분 전쯤 헤어져 다른 골목으로 가야 했던 것이었다. 세상에. 다시 또 혼자 40여분을 그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목초지 걸어가야 했다.

난처함을 애써 숨기고 있는데, 할아버지를 따라가오라 했다.

내 인복이 또 한번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숙소 밖을 따라 나가자 크지 않은 트럭이 보였고, 할아버지는 나에게 타라고 했다.


해외에서 순순히 남의 차를 탈리가?

있지 나는.

할아버지는 일상에 밴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라디오를 켜시고는 손수 내 짐을 트렁크에 실었다.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시골의 밤바람은 상큼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프랑스 샹송과 희미한 염소 울음소리를 들으며 처음 보는 인자한 프랑스 할아버지 트럭을 타고 드넓은 몽생미셸 목초지를 달렸다.

무사히 나의 숙소에 도착하고는 너무 감사한 할아버지와 내 인생 첫 비쥬를 했다.


낯선 나라의 시골길에서 처음 본 할아버지의 차를 덥석 타다니. 나에게는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겪은 일상 밖의 잊지 못할 따뜻한 추억이지만, 나중에 내 여행기를 들은 친구들은 기겁하면서 혼냈다.

문제는 이게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거.

세상 제일 좋은 복은 인복이라던데 위험천만 얼렁뚱땅 우당탕탕 여행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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