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 자체를 즐기는 법
여행을 준비하며 반드시 챙기는 것이 있나요?
코로나 전에는 거의 매달 여행 다니던 자칭 타칭 프로여행러인 내가 항상 챙기는 건 다름 아닌 책이다. 여행을 즐기기에도 바쁜데 무슨 책이냐 싶겠지만 한 장을 읽더라도 책과 함께하는 여행은 정말 다르다.
책을 고르는 시간의 고민이 여행과 함께하고, 제목과 책 속에서 우연히 만나는 문장들이 항상 함께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의 확대해석 때문이겠지만 이상하게도 책과 함께하는 여행은 그 책과 관련된 일이 발생하고, 덕분에 그 책과 여행 모두 나에게 고유한 것으로 남게 된다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가는 길에 반 정도, 물에서 잔뜩 놀고 돌아오는 길에 반 정도 읽고 하늘에서 끝낸 책. 너무 재밌게 읽었고 몰입이 잘 됐다. 더 이야기하면 스포.. 공항에서 작가만 보고 고른 책인데 정말 잘 골랐던 것 같다
이끼숲, 천선란
유럽 가는 길에 끝낸 책. 서울에서는 잘 안 읽혔는데 비행기에 가둬두니 잘 읽힌다. 요즘 생각 중인 우리의 진짜 ‘문제’ 즉, 생존에 관련된 고민과 통하고.. 삶의 방식에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생각을 갖고 브뤼셀에 도착하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더. 이런 우연인 듯 우연 아닌 것들이 ‘이끼숲’과 ‘브뤼셀’에 셀 수 없는 가치를 더해준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스티븐 도나휴
무각사 템플스테이 후 주지스님께 받은 책. 여러 책 중 고심해서 골라주셨으니 우리의 대화가 반영되었으리라 생각한다.
13시간의 비행이 끝날 때쯤 첫 장을 펼쳤고 그 초반부에는 ‘여행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은 좋은 징조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고, 이후 약 3일의 여행은 정말 ‘나그네의 다님’에 맞게 목표 없이 ’ 여행‘에 방향을 맞추고 지내고 있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완독 하게 될 이 책은 틀림없이 나의 이번 여행을 완성시키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그래서 항상 책과 함께 여행한다. 소설, 에세이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는 언제나 그 나름의 의미를 찾아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