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번외편입니다
- 12번 째 글, 시애틀을 떠나 라스베가스에 드디어 도착했어요
오늘은 2018년 7월 1일 토요일.
첫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한국에서 시애틀로 온 지 아직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아,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시차? 시차 정도야 당연하고 거뜬하게, 있다. ㅠ.ㅠ 새벽 4시경에 저절로 눈이 번쩍 떠진다.
누군가가 그랬다. 새벽에 눈이 떠지면, 절대로 절대로 침대에서 일어서지 말라고.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참고, 물을 마시고 싶어도 그 갈증을 즐기면서 어떻게든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라고. 그래야만 시차 적응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차 따윈 저리 가라, 새벽을 즐겨도 거뜬할 만큼 개운하고 상쾌한 아침이다. 한국이었다면 30℃를 육박했을 텐데, 너무 시원하다.
(**7/1일 시애틀 오전 날씨는 14℃)
오후에 드디어 시애틀을 떠나는 날이다. 행선지는 라스베가스. 그렇게도 힘들게 고민하여 설계한 여행 루트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준, '미국 저가 항공기'를 타러 가는 날이기도 하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 20분.
서울-제주가 1시간 거리인데, 그것의 2배 이상이라 하니 미국 땅 넓이가 가늠이 안된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Spirit Air'이다. 출발 시간은 15시 15분, 도착은 오후 6시 경이된다. 자고로 첫 여행지로 향하는데 저녁 시간 다 되어서야 도착한다는 점에 짐짓 아쉬움이 들긴하나, 시차가 점점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오후 시간으로 잡길 잘 했다는 자화자찬을 해본다. 오후에는 어쨌든 어제 막 도착했던 공항으로 다시 가서 탑승 수속을 하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빈둥거린다. 서울로 치면 점심시간쯤 됐을터, 잠도 전혀 오지 않는 시간이다. 아버지도 일어나서 소파에 앉아 계시고, 아들 녀석도 생각보다 개운하게 잠을 잤는지 일어나서 신나게 놀고 있다.
전날 저녁의 진수성찬이 아직 뱃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데, 또다시 멋진 아침식사가 대접되었다. 누나의 음식 솜씨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는구나에 감탄한다. 오늘 시애틀에서는 무엇을 하다가 오후에 출발할까.라는 생각도 잠시, 예상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된다.
1) 놀아 줄 사람들은 교회를 갔다.
2) 여기는 자동차가 없이 바람 쐬러나가기도 힘들다.
3) TV도 볼게 없다. Netfilx 등에 로그인을 해야한다.
타국, 타인의 집에서, 덩그러니 우리 삼대만 남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소파에 앉아서 TV도 보고 책도 보시다가 꾸벅꾸벅 졸고 계신다. 아들과 나는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집 앞 뜰에 구경을 나갔다.
역시 주택의 장점, 언제든 밖으로 튀어나가는게 부담이 없어서 좋다. Garage로 나가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놀 수 있어 좋아 보인다. 또, 집 밖을 나가 공기 맛을 보니, 이건 흡사 대한민국 경기도 포천의 광릉국립수목원의 맛과 비슷할 정도로 깨끗하고 훌륭하다. 서울시도 이런 맛을 내기 위해 건축물을 지을때는 Must로 나무를 30%이상은 심어야 한다는 것을 법률로 정해 버리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오늘은 7/1일.
라스베가스 도착하고, 다음날 7/2일에는 아버지와 내가 'Death Valley National Park'를 가볼 계획이었다. 첫 번째 국립공원에 방문하는 셈이다. '아무도 없지만 멋진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아주 매력적인 국립공원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이기도 한 곳.
이 곳 만큼은 꼭 무리해서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2박3일은 집중 탐구를 했던 것 같다. Dante's View 라든지, Bad-water, Devil's Golf Cource 등은 참 묘한 곳이길래, 여행을 강행하는 것으로 결정, 대신 자유 여행을 가면 안전사고시 대응이 어려워 미국 현지 여행사를 컨택했다. 일정, 스케줄을 모두 여행사 통해 예약했고, 자그마치 25년 전통의 여행사라고 자랑하길래, 여러 번의 카톡을 주고받으며 여행 일정을 구체화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아-그런데,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기본적으로 4명의 인원이 여행을 떠날 수 있지만, 2명도 출발 가능, 대신 경비는 조금 더 비싸지니 감안하라는 게 여행사의 입장이라, 2명 추가 모집을 위해 카페에도 홍보하고 여행사 측에서 노력을 했으나 인원 모이 되질 않았다. 다만, 한국 출국할 때까지 인원 확정이 안되면 경비는 우리가 낼 테니 그냥 2명으로 떠나도 좋다고 말해둔 상태였다.
나 : 6/30일 출국인데 그때까지 확정이 안되면 저희 두명만 떠날게요
여행사 : 알겠습니다. 사이트에 등록해 주세요
나 : 등록했습니다.
여행사 : 알겠습니다.
나 : 아버지 모시고 단 둘이 가니 잘 좀 부탁드릴게요.
여행사 : 저희는 전문가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라는 말에 별 의심 안 하고 한국을 출국, 시애틀에 도착했는데, 라스베가스를 떠나기 직전까지 연락이 없는 게 아닌가. 뒤늦게 다시 연락을 취해보니 하는 말.
여행사 : 여기는 독립기념일 휴일 시즌. 가이드가 현재 배정될 수 없음.
나 : 뭐라고?
여행사 : 다른 여행사 가이드 빨리 알아보겠음. 조금만 기다려 (이쯤 에서 화나기 시작)
나 : 뭐야. 가이드가 없으면 미리 말해 줘야 되는 거 아님? (좀 짜증 난 상태)
여행사 : 한 시간 전이라도 확정되는 팀이 우선이다. (횡설수설, 우리가 여행 확정 안 한 것처럼 말함)
나 : 빨리 알려줘. 안되면 다른데 알아봐야 함 (화를 가라 앉히고)
여행사 : 서운한 일이나 부족한 일 아니라고 생각 바람 (뭐?)
나 : 그래서 몇 시까지 알려 줄 건지 말해 (짜증 시작)
여행사 : 카톡에 남겼는데요. 1~2시간 후 까지 알아보겠다고. (머리 뚜껑 열림)
나 : 여보세요. 저랑 말장난 하심? 됐어. 안가. (열폭)
여행사 : 블라블라블라. 휴일인 일요일에 쉬지도 못하게 괴롭히지 말라. (이런 썩을...)
라는 말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행사 직원인지 사장인지랑 한 바탕하고 나니 기분 꽝.
여행 첫날부터 망하는구나 싶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cool-down 할 수 있는 즐거운 소식이 들린다.
49도니, '겁나게 덥다, 경고한다' 정도일까? 차라리 잘 됐네 뭐. 라며 쿨 하게 넘겨주시는 아버지와, 가면 어차피 더워 죽는다며 위로해주는 누나의 말에 힘들게 마음을 삭혔으나, 아직도 여행사 농단은 미스터리. 가이드 없다. 니들이 확정 안 시켰다며. 일요일에 괴롭히지 말라는 것은 진정 괴롭힌 내가 잘못을 한 것인지, 문화적인 차이인데 이해를 못 한것인지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 아직은 미확인 미스터리라서 여행사 이름은 친히 한 땀 한 땀 모자이크 처리했다)
(* 어떤 여행사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개인적인 연락 주시면 알려 드리겠음. 윽)
당시 카톡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소심한 복수를 꿈꾼다.
** 참고로 그 주 목요일에는 Death Valley의 기온이 53도까지 올라가는 걸 봤다. 안 가길 참 잘 했다.
** 하지만 Death Valley의 Dante's View라든지 Zabriskie Point 등은 꼭 다음에 가봐야지.
아. 어제밤 무자비했던 입국 수속 3시간을 선사한 시애틀 국제공항으로 다시 왔다. 정식 명칭은 Seattle-Tacoma International Airport 되시겠다.
** 시애틀이라는 도시 남쪽으로 Tacoma라는 도시가 있다. 서울로 치자면 인천공항 정도 되겠다.
** 시애틀 타코마 공항이라서 종종 'Sea-Tac'이라고도 공항을 부른다.
3시간 입국의 악몽이 되 살아 나는 듯, 빨리 서둘러 공항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으나 여유 있게 도착하여 여유 있게 탑승 수속이 가능하더라. 다만, 역시나 이곳도 사람은 북적거리긴 마찬가지이다.
저가 항공은 역시나 저가 항공?. Check-in을 하려니 카운터 직원에게 하면 1인당 1만원(10$)씩 더 내야 한다더라. 대신 KIOSK에서 자동 체크인을 하면 무료. 하지만 짐을 다시 수속하려면 카운터의 사람을 거치야 하는데 이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원활하게 Check-in. 하지만 직원들은 그다지 친절하거나 우리를 향해 미소를 빵야빵야 날려 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미소를 위해 5$를 지불하라면 지불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순서는, 거칠고 와일드한 입국 검사대를 지나는 시간이다.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는거니 얼마나 빡빡할지 이제는 사뭇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길게 늘어진 줄을 돌고 돌면, 첫 번째로 쾌활한 아저씨들이 여권과 탑승권을 검사한다. 역시나, 미국 사람들은 과잉 친절과 과도한 붙임성은 타고 난 것 같다 (한국 사람 기준과잉이라 표현하자.)
"Hello Mr. How's the day?"
라며, 미국 사람 다운 질문이 쏟아진다.
'오늘 어떻냐고? 말 걸지 마쇼. 그냥 들어 갈란다.'
싶은 마음뿐인데, 학교에서 배운 대로 'Fine'을 던질까, 'Fine Thank you and you?' 까지 할까 고민을 하다가, 말 좀 해보자 싶어
'Thank you sir, Everything's fine. How is it going as well?'
이라는 응용력 넘치는 영문장을 던져본다. 그 아저씨도 예상 못한 Asian의 답변에 놀라기라도 했는지, 대답이 없다. 그저 Ticket에 동그라미 하나 쳐주고 짧은 만남은 끝난다.
입국 수속에서 색다른 점은 2가지.
신발을 모두 벗어야 한 다는 점. 그리고 웬만한 성인 남자는 전신 스캐너로부터 희롱을 당해야 한다는 점. 이더라. 신발은 친히 모두 벗어 드렸으나, 다행히 나는 스캐너의 표적이 되지 못하고, 유아 동반자로 분류되어 일반 검색대를 통과하고 끝이 나버렸다.
수속을 마치니 배가 고파 온다. 온통 햄버거, 커피, 빵 가게 밖에 없다. 멕시코 음식점도 물론있다. 그냥 Skip하고 싶었는데, 아이들도 배고프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아버지께서 일본 음식점을 찾아내어 먼거리를 쉬지도 않고 전진해 가신다. 주먹밥과 삼각김밥 등을 한가득 사오셨다. 그런데,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할 수 없이 커피샵에서 커피를 여러잔 사고, 동막골 계곡물 평상위에서 자리를 깔고 앉 듯, 커피샵에서 가장 큰 테이블을 점령하여 안방처럼 편하게 앉아 식사를 마쳤다.
드디어 비행기 탑승, 하늘로 날아 오른다.
하늘에는 구름도 없어서, 올라가니 먼 미국 땅까지 다 보인다. 갑자기 큰 산도 보인다. 'Mt. Rainier'라는 멋진 산이다. 언제 가도 만년설로 뒤 덮힌 워싱턴주의 자랑이라고 한다. 조금씩 비행기가 더 날아가니, 황량한 사막도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라스베가스에 가까워 지는게 느껴진다.
비행기에서는 아들 녀석과 할 수 있는게 딱히 없어서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다.그런데, 그토록 미워하던 18개월 짜리 동생 사진이 흘러 지나갔는데 갑자기 이 녀석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혹시나 동생과 싸우던게 생각이나서 그런건 아닐까 아빠로서는 눈치를 보게 된다. 다른 사진이나 보여주자며 빠르게 넘어가다 보니 엄마 얼굴이 나온 사진이 나왔다.
혹시나 엄마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자세히 보여주니 안색이 더욱더 별로다. 그리고 이내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대성통곡을 한다. 모든 시선이 우리 자리로 몰리는게 느껴질 정도로 운다. 왜 우냐고 물으니 아무 말도 없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라고 물으니 울면서 그렇다고 한다. 미안하다 아들아. 그냥 이렇게 여행 하자.
겨우 달래고 나니, 쿨쿨 잔다. 그리고 라스베가스 공항에 착륙했다. 착륙도 저렴하게 하는 것 같다. 터프하다.
라스베가스, 아...한눈에 봐도 덥다 뜨거운 사막과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는 광경을 보고 있자하니 내릴 엄두가 안난다. 내리자 마다 땀이 주르르 흘러 내린다. 그때 기온 41℃. 습하지 않아 좋긴 하지만, 덥긴 너무 덥다.
그래도 긴긴 여행 끝에 결국 다시 라스베가스에 오고 말았다. 이때 시각 저녁 18시경. 이제 할 일이 태산이다. 우선, 차 빌리고 호텔 수속하러 가자.
** 글 표지 사진
- 위치 : Mountain Rainier, Washington, USA (Taken @ the plane)
- Photo by Jisoo Kim, 2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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