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일기
6년 차를 달려가고 있던 공공기관 공무직(=무기계약직)자리를 박차고 나와 나는 백수가 되어버렸다.
공공기관의 공무직. 단어 그대로 무기계약직인 만큼 웬만해서는 안 잘리는데 정년이 보장되는 일을 왜 그만두었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바로 사람이다.
일이 힘든 건 전혀 없다.
사람들이 힘들지.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 한 사람을 이간질하질않나 습관성 집단 따돌림을 사람 돌아가면서 하고 다니질 않나..살다 살다 청소년기에도 보지 못한 정말 더러운 꼴을 회사에서 다 본 듯하다.
혹여나, 정말 혹여나 상대방이 싸가지가 없더라도, 인성이 별로라도 감탄할 만큼 능력이라도 있으면 배울 점이라도 있을 텐데..정말이지 일도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꼭 저렇게 자기 밥그릇을 악착같이 챙기려고 다른 쪽으로 발달하더라.
나는 이런 사람들과 6년이라는 시간을 같은 팀에서 일했고 그 기간에 악에 받쳐서 한동안은 이런 생각만 하고 살았다.
'저 사람을 어떻게 바닥끝까지 추락하게 만들지?'
'저 사람한테 어떻게 엿을 멕이지?'
'저 사람이 다음에 나한테 이렇게 하면 그때는 나도 저들과 똑같이 협조하지 말아야지.'
정말 최악의 생각들이다.
나는 이렇게 6년 정도의 시간 동안 스스로를 최악의 사람으로 만드는 생각만 하고 살았던 것이다.
** 공공기관이라 발령이 나긴 하지만 발령이 나게 되어도 2개의 팀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거의 계속 같이 일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다행스럽게
나는 상대방들이랑 똑같은 사람은 되기 싫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내가 좋은 사람이면 언젠가 저 사람들도 저러다 그만할 때가 오겠지 싶은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아니 버티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니더라.
그냥 저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호구였고 호구였으며 호구였다.
6년은 정말 긴 시간이었다.
그렇게 참다 참다 더 이상 이런 사람들이랑 더 이상 참기 싫어지는 순간이 와버렸다.
일하기 싫고 징계도 받기 싫으니 자기 방어만 하는 무능력한 팀장도 싫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일하고 싶어 내 성과를 깔아 내리고 열심히 물질공세하는 늙은 여우도 싫고, 내 사업에 업무 협조자로 곁다리로 놓고 수당 받고 싶어 하는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도 다 싫다.
모든 게 지긋지긋해지니 가슴속에 품고 있던 나의 사직서가 드디어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 오게 되었나 보다. 가슴속 나의 사직서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순간이 지금일 거라 생각도 못했지만 사직서를 제출하고 짐을 싸서 나오는 과정이 너무나 한순간이었다. 6년이란 시간 동안 하루하루를 고뇌하고 스스로의 달래던 시간과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하지만 나는 이제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나는 더 이상 구렁텅이로 처박히는 생각들을 하지 않아도 되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민 그리고 아무에게도 관심 없는 고통으로부터 해방이다.
이렇게 나는 35살에 백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