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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수 Dec 31. 2020

[넷플단상] 지옥이 따로 있나, <스위트홈>

<스위트홈> 스틸, 출처: 넷플릭스 / IMDB



좀비 장르를 보면 꼭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감염되면 자살해야 할까? 좀비로 살아남아 인간성을 잃은 채 살아가는(그것도 사는 거라면) 게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살아남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가족 중 한 명이 감염되어 나머지를 공격하는 장면은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자신을 위해 ‘목발총’ 한 발을 남겨놓는다는 한두식(김상호 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데 차현수(송강 분)는 좀비고 괴물이고 그 전에 자살하려 했다. 스마트폰 달력 일정에 자살을 기록해 놓는 이의 의연함과 처연함은 관객의 마음을 찌른다. 인간 욕망의 충돌은 반드시 피해자를 낳는다. 욕망이 표출하여 만들어진 괴물이 돌아다니는 세상은, 차현수에게는 원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옥이 어디 멀리 있지 않았다.     


웃긴 일이다. 내가 죽으려고 했는데 세상이 먼저 죽어버렸다. 나는 또 특수감염자란다. 감염되어도 당장 죽거나 괴물이 되지 않는다. 차현수는 죽지 않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을 구한다. 원래는 세상이 지옥이어서 내가 죽게 되었다, 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죽지 않게 되었으니 세상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치 명제가 참이면 대우가 참인 것과 같은 모양새다.     


차현수는 결심한 듯 문을 연다. 그리고 아래층 남매를 구하러 나선다. 이와 대응하는 장면으로, 마지막 대목에 그린홈 주민들이 피할 동안 맨몸으로 군대를 마주하여 시간을 번다. 이 장면은 <스위트홈> 1화 가장 첫 장면으로도 사용된다. 이 플래시포워드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자살과 희생은 한끗 차이다.




<스위트홈>

2020, 청소년 관람불가

제작: 이응복, 홍소리, 장영우

출연: 송강, 이진욱,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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