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를 좋아했던 것일까?
"제가 또 샤넬에 환장하는 여자잖아요"
내가 생각하는 이말을 입밖으로 꺼내주는 프리지아가 좋았다. 나도 샤넬에 환장한다. 에르메스도 좋아하고, 디올도 좋다. 돈만 있으면 매일 쇼핑다니면서 하룰 보내고 싶다. 아침에 오픈런하고, 백화점 점심먹고 VIP라운지에서 차도 한잔 하고. 에르메스 가방을 땅에 내리치며 울며, 페라리 핸들에 파묻혀서 울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샤넬에 환장한다고 입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럴만한 재력이 없고, 용기가 없었다.
프리지아는 그 말을 나 대신 해준사람이었다. 자신을 "핫한 여자"라고 했다. 나도 노출하고 다니고 싶다. 사회적인, 개인 심리적인 이유로 튀지않게 옷을 입고 다니고 있다. 나도 프리지아처럼 빡세게 꾸미고, 반쯤은 살색이 보이는 옷을 입어보고 싶었다. 그녀가 쓰는 사투리도 좋았다. 나도 사투리가 징하게 안고쳐지는 사람이다. 내가 말만하면 어디사람이냐고 자꾸 물어봐서 위축된다. 난 당당한 모습의 프리지아가 좋아보았다. 금수저인지, 자신의 능력인지 몰라도 재력을 자랑하는 것이 흠이 아닌 시대에서 프리지아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도록 했다.
솔로지옥에서는 남성들의 인기를 얻었다. 흡사 프리지아 팬미팅 같기도 했다. 남자들에게 당당하게 다가가고 자신의 결점을 말하는 남성에게 앞으로 잘해줄께라며 받아치는 프리지아의 성격이 쿨해보였다. 프리지아의 구독자는 50만에서 솔로지옥 후에는 150만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하루에 프리지아 영상을 한 두개씩 찾아봤다. 무엇보다 그녀의 당당함이 좋았다.
그런데... 프리지아의 짝퉁논란이 터졌다.
나는 처음에 한두개겠지 생각했다. 잠시 그러다 말겠지 했다. 그런데 심상치 않았다. 한두개가 아니었다. 성수도 집도 소속사에서 제공된거라고 했으며, 중국의 유투브에서도 활동하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중국과 예민한 시기에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혼란스러워 졌다. 그녀가 금수저라서, 명품을 살 재력이 되어서 좋아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녀의 당당함이 좋았던 것인데. 그녀의 당당함은 어디서 부터 나온 것일까? 짝퉁명품으로 부터? 소속사의 이미지 메이킹으로 부터?
나는 소속사에서 만든 프리지아라는 가상인물을 좋아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렸다. 그렇다면 내가 봤던 유투버 프리지아는 누구인가? 혼란스러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