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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픔픔 Jan 08. 2021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의 양극화

점점, 넌 멀어지나봐.


'양극화'는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이슈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코로나 블루(출처: 김포신문)


코로나19로 인해 고립과 단절이 이어지면서 '코로나 블루(Coronavirius Blue)'라는 신조어는 이제 자연스러워질 정도로 삶의 일부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가 야기한 통제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No Corona, No Mask!'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부자들은 안전한 별장에서 호화로운 격리생활을 누리는 반면,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저소득 노동자들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소위 가진 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일종의 '코로나19 카스트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양극화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양상 또한 과거에 비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진다.


사전적으로 양극화는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표준국어대사전), 통상적으로 사회 불평등의 심화를 가리킨다. 소득, 자산 등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빈곤층이 증가하게 되는 사회현상을 의미하기도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도의 성장이 이루어진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국내 양극화(출처: 연합뉴스)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고도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199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과거의 흐름을 보면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절대 빈곤이 약해지고 소위 ‘중산층’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기업 구조조정, 대규모 실업 사태 등이 벌어졌다. 이후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이어지며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 고용 없는 성장: 경제는 성장하지만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한 후 고용이나 노동자 복지에 사용하지 않고 설비 자동화 등에 사용하면서 고용이 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Wikipedia).


1990년대를 기점으로 자리 잡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성장은 한국을 가난-화목 사회에서 풍요-불화 사회로 변화시켰다고도 한다(김태형, '풍요중독사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한국사회의 불평등 수준은 더 악화되었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비교해보면, 1998년 최상위 10%가 국민소득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지만 15년 후인 2013년에는 거의 절반인 47.9%를 차지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을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이 4.88로 작년 동분기 대비 0.22포인트 상승해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K자형 회복

위기일까,

기회일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K자형 회복’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이후 V자형으로 반등세를 보이며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부 업종만 불황을 이겨내고 다수의 업종은 자유낙하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산업 및 노동계에 불균형한 경제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인 수잔 클라크(Suzanne Clark)는 K자형 회복에 대해 아래 그림과 같이 설명했다.


K-shaped recovery(출처: U.S. Chamber of Commerce)


쉽게 말하면, K자형 회복은 동반 침체 이후 높은 회복력을 보이는 주체와 그렇지 못한 주체 간 간극(gap)이 위아래 45도 방향으로 벌어지는 투트랙(two-track)으로 전개되는 것을 의미한다(이상원, '글로벌 경제의 K자형 회복 현황 및 시사점 점검'). 수잔 클라크의 그림과 같이 이번 코로나19로 이후 K자형 회복에서 성공을 거두게 될 산업은 IT기업을 포함해 원격 근무 및 교육, 원격 의료, 식료품 제공, 의약품 등을 지원하는 산업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반대로 실패하게 될 산업은 여행, 엔터테인먼트, 음식 서비스 업종 등이 해당된다. 실제 2020년 9월 초 기준으로 미국의 금융 서비스 업종은 팬데믹 이전 고용 수준의 94%를 회복했으나, 엔터테인먼트는 75% 회복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소득, 성별, 세대 별도의 구분 없이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전염되고 있지만 경제적 충격과 회복 속도는 개인이 속한 집단에 따라 뚜렷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고소득 및 고학력층은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에 대부분 종사하고 있어 자신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 및 부동산의 가치 상승으로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산이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 기업 UBS에 따르면 금년 들어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재산이 27.5% 급증했다. 반면, 저소득 및 저학력층은 직접 사람을 대하는 대면 서비스업이나 임시일용직에 주로 종사하여 일자리 및 재정 손실을 입게 되었다.



양호하다고

말하는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의 경우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주요국 가운데 중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세계 경제회복 추적지수(타이거 지수)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0.76으로 비교 대상국 23개국 중에 9위를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K자형 회복의 경계선에 가까운 상태라고 할 수 있으며, 향후 악화와 개선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동제한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발생한 고용 및 소득감소의 충격이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 등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5월까지 대면 업무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 소매 등에서 고용이 크게 감소하고, 임시일용직과 10인 미만의 소기업을 중심으로 고용부진이 드러났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산업의 확대로 저기술과 비전문 인력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소득분배 또한 악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잠시 주춤했던 국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최근 심상치 않다. 누적 확진자는 5만 7천 명이 넘었고, 영국에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고, 실업률은 더 높아졌다. 소상공인의 생계 어려움이 커지면서 정부에서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던 경제의 양극화는 더 심각해져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맞설 무기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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