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반반결혼을 하다

90년대생 신혼부부의 좌충우돌 결혼이야기 #1

by 지지지


2014년.

대학생 시절 서로 만나 연애를 하며 "2020년이 되면 우리 결혼하자"라고 그냥 막연한, 아무 생각 없는,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누구나 어려서 연애 할 때 던지는 그런 말들.


그 때는 2020년이 진짜로 찾아올지 몰랐다.


그런데 2020년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우리에게 찾아왔고,

퇴사 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 나에게 코로나도 함께 찾아왔다.

초보 프리랜서인 나에겐 정해진 월급이 없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불안감이었는데, 코로나로 경제까지 나빠지자 이러다가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어쩌면 나는 여태껏 늘 당연시했던 '소속감'이라는게 필요했고, 그러한 소속감을 결혼으로 채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약속이 아니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2020년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독립적이고 자존감이 높았다.

성별이라는 테두리에 무언가를 가두는걸 병적으로 싫어했고, 여자라는 이유로 보호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을 할 때도 공평하게 하고 싶었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며 '집값은 남자가'를 이야기하는게 참 웃기다고 생각했다. 아니, 심지어 남자쪽에서 더 많은 돈을 가져왔는데도 '난 그래도 집값 많이 보탰어'라며 으스대는 것 조차 듣기 싫었다.

그래서 난 정말 누가 보아도 완벽한 반반 결혼을 했다.

똑같은 돈을 통장에 모았고, 그 통장에 있는 돈으로 전셋집도 마련하고 혼수도 구했다.

이때까진 이렇게 하면 나와 남편의 역할이 남과 여로 나누어지지 않고, 동등한 존재의 동반자로 평등하게 살게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세상의 통념과는 다른,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았던 나의 재미있는 착각이었다.

그리고 결혼한지 3년이 되어 가는 지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동안 난 참 많이 변했다.


#반반결혼 #신혼이야기 #며느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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