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혼에 대하여

by 김지수 노무사

결혼과 연애는 장르가 다르다.


연애는 기호식품 같다면, 결혼은 생필품과 결이 비슷하다.


연애는 이성적 매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결혼은 이성적 매력보다 삶에서 나오는 각종 부산물을 잘 처리할 수 있는지,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를테면 연애에서는 이성적 매력이 시작과 지속 여부가 심플하게 결정한다. 얼마나 이쁘고 잘생겼는지, 얼마나 똑똑한지, 키는 얼마나 큰지, 대화가 잘 통하는지, 웃기는지 등의 다양한 요소 중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이성적 매력을 가진 사람과 진행된다.


반면, 결혼의 경우 시작은 연애와 비슷할 수 있지만(다른 경우도 많다), 유지의 여부는 절대 다르다. 다음과 같은 요소가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상대방의 소득수준이 자신의 생활 수준을 향상하거나 최소한 유지할 정도는 되는지, 음식물 쓰레기는 잘 버리는지, 아이의 똥 기저귀는 갈 수 있는지, 설거지는 잘하는지, 화장실 청소는 하는지, 변기를 뚫을 수 있는지, 음식은 어느 정도 하는지, 건조기에 넣어도 되는 세탁물과 넣으면 안 되는 세탁물을 구분할 수 있는지, 분리수거는 잘하는지, 노후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상대의 부모님과의 트러블이 발생하는지, 개인적인 시간 대신 가정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큰지, 저축과 투자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등. 이 중 하나의 요소를 포기하려면 자신이 배우자 대신 그 요소를 메꿔야 한다. 둘 다 메꿀 수 없으면 결혼은 유지되기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가 힘든 이유도 결혼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7화카드 결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