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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숙 Jan 08. 2016

혼자 하는 여행

헬싱키

Helsinki.15.10.19


25살 첫 배낭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난 내 생에 마지막 여행이란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그렇게 떠났다. 지금 난 또  내생에 혼자 길게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란 생각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설레는 법인데 요번 여행은 비행기 표를 일주일 전에 예약하고 떠나기 4일 전까지 부모님의 고구마 농사를 도와드리고 왔다. 덕분에 설렘을 느낄 시간도 없이 여행을 떠났다.

헬싱키로 떠나기  브런치 작가에 신청을 했다. 급하게 여행 준비를 하고 난 내가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는 것도 잊은 채 헬싱키로 발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9시간 비행이 끝나고 도착해서 인터넷을 연결하고 가장 먼저 받은 메시지는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였다.

기쁜 마음도 잠시 공항 밖으로 나가자 날씨는 영상 3도에서 4도를 오가는 추운 날씨였다. 늘 비행기에서 내려 느끼는 기분은 똑같다.

'내가 이 고생을 또  시작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차라리 여행기간이 보름으로 짧았다면  덜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늘 닥쳐야 후회하는 영어 병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중학생 영어에도 미치지 못할 영어 주준으로 여행을 떠나는 나는 깡으로 여행을 시작했지만 이젠 그 깡이나 용기도 많이  사그라든 거 같다. 그저 영어를 못하는 내가 그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건 결혼을 하고 남편이란 여행을 다니면서 영어를 곧잘 하는 남편에 의지해 편하게 여행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한 달간의 비행기표를 끊어놓고 난 두려웠나 보다. 나를 혼자 여행 보내준 남편 마음을 헤아릴 시간도 없어 내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할지가  먼저였다.

북유럽에 대한 기대 그리고 추운 거란 예상에 걸맞게 헬싱키는 정말 추웠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헬싱키는  10월 중순임에도 스산하고 차가워 보였다. 하늘에서 바라본 헬싱키는 차가웠지만 그 도심 속에 빼곧히 채워진 자작나무들이 눈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마치 색감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가을로 간 나무들은 네모 반듯하게 정리된 나무들을 정화해주는 기분이 든다. 짐을 챙기는 순간부터 그림 그릴 욕심에 드로잉북과 물감 그리고 붓까지 한 것 챙긴 나이기에 온통 그림에 대한 생각이었다. 혼자 하는 마지막 여행이라는 생각에 이번 여행을 반듯 그림으로 풀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그림 그릴 준비에 많은  욕심을 냈다. 이미 두 번의  배낭여행을 다녀왔지만 이렇다 할 그림을 그리지 못한 나는 나에 대한 실망을 많이 한 상태기 때문이다.

그 실망은 여전하고 난 지금도 실망하고 있다. 끝까지 미련으로 남길수 없는 노릇인데 아직 시작을 안 하고 있는 내가 답답할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행이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여행 그림인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 속에 오늘도 모든 재료를 풀어만 놓고 그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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