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총량의 법칙

성문영어 홍보는 아님.

by 김강사

인생을 살다 보면 깨닫게 되는 진리들이 있다. 내가 정한 법칙인데, 모든 사람은 공부해야 할 양이 비슷하게 정해져 있고 학창 시절에 공부를 게을리했다면 언젠가는 그 공부를 다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 내용이다. 굳이 명명을 하자면 공부 총량의 법칙이다. 공부는 국영수사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대학 전공일 수도 있고, 직업의 분야에 대한 공부일 수도 있다. 공부의 종류는 달라지지만 결국 내 평생 해야 할 공부는 언제든 하게 되어 있더라. 내가 지금 이 나이까지도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그 법칙의 증명이려나?


요즘 나는 고등학교 때도 보지 않았던 성문종합영어 책을 보기 시작했다. 가르치는 학생들 중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나도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공부를 시작했다. 질문을 받았는데 모르면 그만큼 창피한 일이 없으니까. 영어서에서는 이만큼 명성이 자자했던 책도 없었기에 서점을 돌아 마지막 남은 1부를 가져왔다. 역시 클래식은 위대하다. 컬러풀하고 화려한 책들 사이에서 흑백의 투박한, 화려함이라고는 정말 1도 없는 이 책은 내용면에서는 따라올 책이 없다. 흔히들 성문영어가 문법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성문종합영어는 문법에 대한 A to Z까지 정말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법만 보고 싶다면 다른 책을 권한다. 그리고 확실히 초급자가 공부하기엔 정말 부적절하다. 영어에 대한 좌절감만 키울 수 있다.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숙련도가 있는 사람이 본다면 간결한 문법 설명, 적절한 예문에 깔끔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성문의 진가는 독해이다. 영어 강의를 하다 보니 영어 지문을 많이 읽는 편인데, 학생들의 입시를 위한 지문들은 읽다 보면 표현의 범주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입시 영어는 얼마나 그 패턴을 알고 전략적으로 공부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성문은 다양한 분야, 표현, 지문을 읽고 사고를 하게 만드는 문제 등 영어의 사고력을 키우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다면 한 번쯤은 공부를 해보는 것을 추천하나, 시간 싸움인 입시생들에게는 다소 과한 공부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나는 교수자의 입장이고 과한 공부가 필요하니 아주 유익하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열심히는 했으나 (놀 거 놀고 잘 거 자면서 공부했으니 사실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 기초가 부족했고, 요령이 없었다. 중간 등급의 성적이었고 서울 유명 대학의 지방 캠퍼스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만큼 대학교 때 공부하면 과탑을 한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으므로 대학 공부가 참 쉬웠다. 첫 학기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고 나니 그때부터 나도 공부하면 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 공부에 욕심이 생기더라. 잠을 줄이고 유흥을 줄이고 시험 기간 내내 오로지 공부만 했고 해가 뜰 때까지 공부를 했다.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했고, 교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대학 4년 공부를 하면서 또 한 번 느꼈다. 중고등학교 때 하지 않았던 공부를 지금 다하고 있구나.. 결국 이렇게 될 거였구나. 그리고 나는 학창 시절에 게을리했던 공부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설마 평생을 공부를 해야 하는 일을 할 거라곤. 심지어 공부가 재밌는 날이 올 거라곤 누가 알았을까. 아이들에게 아무리 공부 총량의 법칙을 얘기해도 그저 콧방귀를 뀐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나는 그저 웃으며 "그래, 너네가 살다 보면 알게 되겠지 뭐." 그러곤 이내 속으로 아이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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