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22일 부산에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18에 왔다가 돌아가는 기차 안. 원래는 음악 들으며 잠이나 청해볼까 생각했지만 행사가 너무 좋아 기록을 남기고 싶어 잊어버리기 전에 느낀 점을 정리해본다.
기차 안이라 소음도 있고 모바일로 쓰다보니 정리된 생각 보다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횡설수설할 예정.
1. 200여명이 빽빽하게 행사장을 채웠다. 서울에서 (사실 나는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에서 만나던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모였다. 일정 빡빡한 이 동네 사람들을 먼 곳까지 끌어 모으는 힘, 대단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마 강남 테헤란로 어디쯤에서 했다면 이렇게나 모였을까 싶다.
그 힘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안과 흐름을 정리하고 업계를 이끄는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듣는 프로그램 기획력에서 나온다. 최근 들어 본 컨퍼런스 가운데 가장 유익했고 게다가 재미까지 있었다.
2. 모든 발표가 의미있었다.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 몇가지는...
-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대표의 ‘컴퍼니빌더가 보는 스타트업 생태계’.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으로 충분한 시장 잠재력이 있고 혁신이 필요한 분야에 창업 아이템을 잡고 회사를 만드는 컴퍼니 빌더 모델을 시험했다고 한다. 내부에서 충분히 성장시킨 뒤 독립하거나 매각시키는 모델을 추진했다고. 푸드플라이를 키워서 딜리버리 히어로즈 (요기요 서비하는 독일기업)에 매각하고 헬로 네이처는 SK에 매각했다.
시장을 읽고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체계를 세웠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발표였다.
- 둘째날 발표한 스타트업의 홀로서기 세션은 내가 늘 인큐베이션 센터 입주 기업에 강조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크리마팩토리 김윤호 대표는 대학생때 창업을 하여 온갖 정부기관 지원사업에 응모했다. 2년여 동안 약 2억원 정도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매출은 시원치 않았고 여전히 회사는 정부기관의 지원사업만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자 내부 팀들과 함께 배수진을 치고 정부지원 받지 않고 매출로만 승부를 보자고 다짐을 했다. 6개월동안 일정 수준 매출을 내지 않으면 사업을 접자고 뜻을 모아 열심히 뛰었다. 좀 더 절박해졌고 머리 보다 몸이 바빠졌다. 다들 죽을 힘을 다해 매진하니 결과가 나와 곧이어 운영경비를 상회하는 매출을 낼 수 있었고 생존에 성공했다.
정부 지원금이 차고 넘치는 시대, 초기 창업자들이 지원금을 현명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원금의 유혹을 끊고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험난한 길을 택한 김대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난상토론 : 새 정부의 방향과 업계의 의견
중기벤처부에서 정책실무 담당과 스타트업 생태계 종사자간 난상토론. 새 정부 정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오른손 (그렇다), 왼손 (아니다) 들기 퀴즈로 시작.
중기청이 중소기업벤처부로 격상하며 정부차원의 여러가지 지원정책이 강화되고 있고 지원이 과하다는 의견부터 규제 문제등 여러가지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미래 희망은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이 드는 토론이었다.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 진행이 재미있었고 중기벤처부 변태섭 정책관님 답변도 솔직하고 꾸밈이 없었다. 함께 토론해준 김진상 대표, 이동형 대표님 인사이트도 좋았다.
3. 오래전부터 ‘새로운 흐름’에 관심을 두고 살아왔다. 새로운 기술들이 신기했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 멋지다 여겼다. 스타트업이 ‘혁신’을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미래를 이끈다고 생각된다면 도전이 멋져 보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공무원, 교사가 그 직업의 소명 때문이 아니라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각광받는 한 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의 혁신을 주도할 만큼 성장하기 어렵다고 본다..
아무리 정책적인 지원을 많이 한다고 해도 마중물일 뿐이다. 자연스런 물의 흐름이 없으면 펌프질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노량진 공시생을 모두 스타트업 창업의 세계로!”라는 다소 허황한 구호를 외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