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기 11
단 한번 유럽 여행에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자주 다녀 본 사람들에게는 잘 모르면서 호들갑 떠는 꼴이 되겠지만, 잊기 전에 느낌을 정리해보려 한다.
# 프랑스 작은 마을의 정취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가보지 않아 모르지만 부르고뉴 지역은 와인을 생산하는 작은 마을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북쪽 디종(Dijon)에서 본 (Beaune)까지를 잇는 도로 곳곳에 마을이 있다. 디종 보다는 본이 더 깔끔하고 예뻤다.
규모만 다를 뿐 마을마다 광장이 있고 식당이 있고 도멘이 있다. 생각보다 마을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잘 정돈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평온했다.
# 와인 테이스팅을 위해선 미리 준비를...
나파 밸리를 갔던 경험으로 ‘도멘’ 간판이 있는 곳을 찾아가면 테이스팅 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도멘은 대체로 와인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테이스팅룸을 운영하는 곳이 따로 있으니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 로컬 식당을 찾는 재미
마을 곳곳에 깔끔한 호텔이 있고 식당도 있다.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니 물론 인테리어나 서비스 맛 모두 훌륭할 것으로 짐작한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값이 부과될테지만..)
하지만 눈에 잘 뜨이는 팬시한 곳 대신 지역 사람들이 선호하는 식당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다녔던 식당을 소개하고 싶다. 현지인 추천으로 방문한 곳이고 모두 만족 스러웠다.
“가성비 끝판왕” - Le Grenier A Sel
부르고뉴 도착 첫날, 민박집 캐롤이 예약해준 동네 식당. 캐주얼 식당이라고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는데 독특한 공간에, 맛있는 음식에, 싼 가격에 놀라고 또 감동받았다. 식당 한쪽에 바베큐 판이 있어 즉석에서 구워준다. 오리, 칠면조, 돼지고기 등의 직화 구이가 주 메뉴. 샐러드 등 전채와 메인 요리를 합쳐 25유로 정도. 특히 와인 값이 무척 좋았다.
“Hidden Place의 아늑함” - Le Bouzeron Restaurant
첫 날 추천 받은 식당에 대 만족한 우리는 삼 일 모두 추천 받은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두번째 날 식당은 Bouzeron이라는 마을에 위치한 곳이다. 마을은 열 채 남짓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곳이었다. 찾아가는 도중 ‘알수 없는 도로’를 지나게 되어 길을 잃은 것이 아닌가 걱정했었다.
작은 마을에 위치한 작은 식당. 모든 재료를 직접 기르고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식당이라고 전해 들었다. 과연 내부 공간 꾸밈새나 서비스가 훌륭했다.
음식은 맛있었는데 혼자서 홀을 맡아 서빙이 느렸고 ‘medium’으로 주문한 고기를 너무 많이 익혀서 4점 이상 주기는 어려울 듯.
나중에 사연을 들어 보니 식당에서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세번 째 날 식당은 이전 여행기에 적은 Pierre et Jean. 식당 분위기와 맛에서 단연 으뜸이었다.
# 순박한 사람들과의 만남
프랑스나 스위스 모두 시골 마을들로 다녀서인지 사람들이 너무 순박하고 편해 보였다.
스위스 Gersau 민박집에 도착해서 비도 오고 하여 산 위에 새로 생긴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당 주인의 딸인듯 보이는 예쁜 여자 아이가 우리 테이블에 와서 뭐 도와 줄 것이 없는지 물었다. 영어가 서툴러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 몰라 잠시 당황했는데 상황을 보니 엄마를 돕고 싶고 또 손님들과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도 고운 아이였다. 무엇보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다. 기념삼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알렉산드리아가 서울을 찾을 기회가 있을까?
# 어디에나 보이는 소들
프랑스나 스위스를 다니며 질리도록 소를 보았다. 프랑스 소는 흰 색에 가깝다. 길을 지나다 표정이 좋아 한 컷.
스위스에서는 바로 옆에서 소를 떼로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을 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친구 같은 아이들.
이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파리에서 하루 묵고 내일 서울로 향한다. 인생 버킷리스트 하나 달성했으니 이제 더 열심히 일상에 충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