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기 10
부르고뉴 와인여행 일정에 2박3일 스위스 리기산을 둘러보는 시간을 끼워 넣었다.
에머랄드 빛 호수, 초록 빛 잔디와 언덕, 무심한 듯 풀을 뜯는 소,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며 솟아 있는 산 등 달력이나 화보에 나올 법한 풍광을 보고 싶었기 때문.
얼마전까지 나즈막한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 주는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스위스로 국경을 넘으니 전혀 다른 경치가 눈 앞에 펼쳐졌다.
루체른을 거쳐 베기스, 비츠나우를 지나 도착한 게르사우의 민박집 Pia’s Home은 산 중턱에 있어서 눈앞에 절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풍경만 보고 있어도 더 바랄 것이 없을 것같았다.
다음날, 비츠나우에서 리기산을 오르는 산악기차를 탔다. 경사 20도는 기본인 산 비탈길을 올라 리기산 정상까지 가는데 중간 중간 깍아지른 언덕에 마을이 있었다. 소와 양은 어디에나 있었다.
구름이 많아 산 정상에서의 절경은 1분 정도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 가며 아주 잠깐 산 아래 호수와 마을이 보였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리기산 정상에서 트랙킹 길을 따라 걸어 내려왔다. 구름속을 걷는 독특한 느낌을 즐기며 한시간쯤 내려오니 Rigi Kaltbad 호텔이 나왔다. 여기에 유명한 스파가 있다. 야외 풀도 있어서 산과 나무를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쉬었다.
스위스는 어딜가나 화보같은 풍광에 내가 잠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가상현실 고글을 쓴 느낌이랄까. 사진으로 영화로만 보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니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내 이생에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