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선 Sep 14. 2018

쟝 마크의 미션을 수행하라!

프랑스 여행기 09

부르고뉴 민박집은 캐롤과 쟝 마크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캐롤은, 젊은 시절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거위털 깎는 일을 한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다면서도 힘든 일은 절대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혀를 끌끌 차던 그녀 였다. 캐롤이 하드 워커라는 사실은 집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래된 집을 구석구석 손길을 보내어 정갈한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매일 아침을 차려준다. 빵과 치즈 과일 요거트 커피의 조합을 최대한 다채롭게, 예쁘게 차려 내려 정성을 다한다. 고마운 마음에 과식하기 좋은 식탁이다.

그의 남편 쟝 마크는 오랜동안 저널리스트로 일해 왔다고 한다. 그 지역을 일 때문으로라도 훑고 다녔으니 곳곳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아침 먹는 시간은 하루를 시작할 원기를 채우며 동시에 쟝 마크로부터 하루를 살아낼 미션을 부여 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를 열심히 움직이게 한다는 측면에서 마치 포케몬고의 윌로우 박사 같다고나 할까.


첫 날은 부르고뉴 포도밭 구경과 와인 테이스팅이었으니 별다른 ‘미션’은 없었고 다만 몇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본 (Beaune) 같은 동네 와인 테이스팅 룸은 가지 마라 비싸기만 하다’와 같은 실질적인 조언들이었다.

둘째 날, 쟝 마크는 프랑스의 옛 정취를 느껴보고 싶냐고 물었고 우리는 전 날에 이어 죙일 와인마을 돌아 보았자 지루할 듯 하여 그러겠다고 했다. 책장에서 지도를 찾아 몇 곳을 마킹하며 설명해주었다.


쟝 마크의 순례지 1번은 라 로세포 (La Rochepot) 성. 12세기에 건축되었고 그 후 경매에 나온 것을 누군가 사서 재건축 재단을 만들어 18세기에 오늘의 모습으로 리노베이션 한 곳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림같이 아름다운 성이었다. 사람들이 머물던 방, 회의 하던 곳, 망루, 우물, 부엌, 채플 등 영화나 그림 속 한 장면으로 들어서는 듯했다.



이 곳은 본 지역에 속해 있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행정구역상 본 지역과 다른 지역이라는 것 같았음) 관광 안내에서 리스트에 빠지는 곳이지만 쟝 마크에게는 매직 같은, 최애 플레이스라고 했다. 과연 그랬다.

첫번째 성이 워낙 예뻐서 우리는 쟝 마크 선생님의 열혈 팬이 되었고 점심도 피자로 때워 가며 에피나크 (Epinac)의 대 수도원, 로마시대에 건설되었으나 이제는 두 기둥만 남은 야누스 템플, 쉴리 성 등을 게임에서 미션 수행하듯이 다녔다.


이제 좀 지칠 때쯤 모흐방(Morvan) 자연공원 드 넓은 산 속에 숨겨진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운 언덕에 도착했다. 이 곳 역시 숲속에 이렇게 드넓고 한적하며 아름다운 공간이 있었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올 만한 곳이었다.

쟝 마크 선생님은 고풍스럽고 역사적으로 스토리를 지닌 곳들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오랜 경험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전 세계에서 부르고뉴 마을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각자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한 전달해주었다.



다시 이곳을 방문할 기회는 없을 것 같고 다시 캐롤과 쟝 마크를 만날 행운도 주어지지 않겠지만 나흘만이 좋은 친구, 인생의 선배를 얻은 것같았다. 이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짝퉁 미슐랑 - Pierre et J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