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결산 - 가족
항상 '평안'하기를 바란다. 조금 단조롭더라도 큰 일 겪지 않고 무난하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올 한 해, 우리 가족 역시 변화무쌍한 시기를 지냈다. 가장 변화가 없는 편이었던 나 조차도 올해 여러 난관을 만났고 애쓰며 이겨내려 노력했다. 회사 일로는 여러 번 시도 끝에 창업기획자 등록을 마친 것이 가장 큰 성과였고 개인적으로는 갱년기 증세와 싸우며 내 몸 챙기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울 남편은 지난해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후 어찌 저찌 우여곡절 끝에 본인의 일을 찾았다. 말하자면 오랜 '갑'의 생활을 청산하고 '을'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셈인데, 본인은 꽤나 만족하고 있다. 한두 달 적응기를 거치더니 "세상을 움직이는 건 을이었어!"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낸 건 아들이었다. 올해 학교를 휴학하고 공익 복무를 위해 파주의 요양원에 다니고 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자란 아이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 돕는 일이 큰 어려움이 없다 생각했을 테지만, 노년기의 어른을 도와 드리는 일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일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 자식들이 당신을 요양원에 맡긴 것에 서운 함을 하루 종일 이야기하는 분, 심하지는 않아도 치매 증상이 있는 분, 아들이 그분들을 도와 드리며 겪는 얘기를 듣다 보면 슬프고, 대견하고, 화가 나고,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정신적으로 우울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꿋꿋하게 인생 공부를 해나가는 아들이 대견하다.
2023년, 새해에도 온갖 어려움에 의연해질 수 있기를... 가족들이 모인 공간에서 힘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