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타민넷 Feb 05. 2021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녀


어릴 때 내 책상 앞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 안중근 선생님께서 했다는 그 말이 부쩍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걸 예쁘게 손으로 적어서 책상 앞에 붙여 두고는 늘 책을 읽었던 거 같다. ㅋ
5-6학년 즈음에 명랑소설이 막 유행했었는데
최영재 작가의 별난 시리즈들을 유독 좋아했었다.
방귀봉 아빠가 나오는 별난 가족, 반동강 선생님이 나오던 별난 학교.
정말 아직도 그 에피소드 하나하나 다 생생하게 기억이 날 만큼 좋아했었기에 우리 애들에게도 읽게 해주고 싶어서 얼마 전 검색을 해 봤다.
별난 가족, 별난 학교 책은 이미 절판된 지 오래고 최영재 작가는 서울 신원초 교장선생님으로 은퇴를 하셨다는 소식도 듣고 진짜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꼈다.
요즘 들어 귀신 책(뱀파이어 등등)에 몰입하는 딸이 맘에 안 들어 친정 엄마에게 푸념 섞인 이야기를 했더니 울 엄마는 웃으면서 딱 한마디 하신다.
“like you!!!”
하긴 나도 귀신 책부터 온갖 잡다구리 책을 읽기는 했다. ㅋㅋ 지금도 기억에 남는 꽃 전설이야기는 여전히 잘 써먹고 있는 나의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이 지금도 여전한 거 같다.
애들 넷을 키우던 바쁜 와중에도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늘 재주가 없는 방 정리나 요리가 아니라 맘을 가다듬기 위한 책 읽기였으니까.
애들에게도 열정적으로 책을 읽어주기 위해
임신하자마자 막 사들인 전집,
또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몰랐던 초보 엄마에게 이런저런 지식을 알려주던 육아 지침서,
아이들을 키우다가 내 맘같이 잘 커 주지 않는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각종 아동 마음 읽어주기, 육아 달인들의 저서를 읽으며 늘 배우고 익혔던 거 같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위해 책을 읽는다.
나연이가 떠나고 허했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책 읽기가 또 나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가끔 어떤 책을 읽으면 좋냐는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음이 기쁘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이 참 행복하다.
왜 책을 읽나 했더니 그게 나의 소통의 도구였던 거 같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쓸 기회가 오다니 나에게 책은 그저 즐거움인 거 같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읽어주던 책 중에 도서관이라는 책이 있다. (사라 스튜어트 작, 시공주니어 )
주인공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책을 엄청 좋아하는 소녀.
깡마르고 눈도 나쁜 그녀는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의 책 사랑은 계속되고 결국 그녀의 집은 책으로 가득 차서 그 집을 도서관으로 기증한다는 내용의 이야기.
아이들에게 그 책을 읽어주면서 이건 나의 꿈인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내가 나연이를 위해 무엇을 해 주고 싶은가 늘 고민하는데 나연이 이름으로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서대문 형무소 옆에 있는 이진아 도서관처럼 나연이를 기억하는 도서관을 언젠가 만들고 싶다.
책을 좋아하던 소녀가 엄마가 되어 이루고 싶은 꿈이기에.

keyw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