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4] 눈 오는 지도

by. 윤동주

by NumBori

[0224] 눈 오는 지도 by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깔린 지도(地圖)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壁)과 천장(天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歷史)처럼
훌훌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 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내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서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조그만 발자국을 눈이 자꾸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1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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