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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Jun 30. 2020

[0629] 동백의 일

by. 장석남

동백의  by 장석남

아흔아홉개의 빛나는 잎으로는 
아흔아홉의  마주친 얼굴들을 비춰 감추어두네
 아흔아홉의 그늘  검소한 잎에는
숨어서  수밖에 없던 사람의 이목구비나 손의 맵시들을,
연중 몇번 겨우겨우
짧은 햇볕 만나 젖듯 새기어두네
숨죽여 수년을 묵혀두면  내력 가장 가파른 순서가 생겨
꽃으로 차례차례 올려놓으니  빛깔이 
정갈한 숯불 같을 수밖에는 없는 
뻑뻑이 겹친 꽃잎의 메아리여
밖으로는 나오지 못하고
속으로 치솟아가는 메아리여
일생 사랑의 법칙이 그러하려니
한쪽 귀는 반드시 닫고서
 곁에 앉아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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