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고재종
[210101] 겨울나기 - 고재종
방안에서조차 콧김이 서리는 밤
곳간 속 시렁에 걸린
씨오쟁 속의 나락씨 토란씨들은
서로의 몸을 비비고 있으리
덕석을 쓰고도 혼자서는 떨려와서
하마 몇번씩이나 영각을 쓰던
외양간 부사리는, 이제쯤
새어드는 달빛을 무척은 쳐다보리
큰눈이라도 내렸으면 좀 좋으련만
뒷들 보리밭의 애보리싹들은
또 파랗게 파랗게 얼어서는
고독의 절정을 견디고 있기는 하리
또또 마음 하나 잘못 잡으면
송두리째 넘어갈 삭풍 속에서
되레 그 여린 우듬지 끝에
형형 별을 이고 서 있을 미루나무여
겨울을 겨울답게 나는 것들은
뒷산 봉우리처럼 조금은 높고
그 끝에 둔 꿈처럼 조금은 외롭고
그걸 보는 정신처럼 조금은 성성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