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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Jan 01. 2021

[210101] 겨울나기

by. 고재종

[210101] 겨울나기 - 고재종


방안에서조차 콧김이 서리는 밤

곳간 속 시렁에 걸린 

씨오쟁 속의 나락씨 토란씨들은 

서로의 몸을 비비고 있으리


덕석을 쓰고도 혼자서는 떨려와서 

하마 몇번씩이나 영각을 쓰던

외양간 부사리는, 이제쯤 

새어드는 달빛을 무척은 쳐다보리


큰눈이라도 내렸으면 좀 좋으련만

뒷들 보리밭의 애보리싹들은

또 파랗게 파랗게 얼어서는

고독의 절정을 견디고 있기는 하리


또또 마음 하나 잘못 잡으면

송두리째 넘어갈 삭풍 속에서

되레 그 여린 우듬지 끝에 

형형 별을 이고 서 있을 미루나무여


겨울을 겨울답게 나는 것들은 

뒷산 봉우리처럼 조금은 높고

그 끝에 둔 꿈처럼 조금은 외롭고 

그걸 보는 정신처럼 조금은 성성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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