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목한 해방일지의 조연들 5명
나의 해장일지… 자꾸 자동완성이 해방이 아닌 해장이 뜨는데 이는 내가 오랜만에 맥주를 마셔서 오타가 나는 것 같다.
처제가 언니에게 반드시 보라고 하고 나까지 이끌려서 보게 된 드라마다. 정작 처제 남편인 동서는 아직도 안 보고 있다.
나는 6회부터 보기 시작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5회까지는 지루한 전개라 굳이 안 봐도 된다고 했다.
먼저, 요즘 드라마는 시골에 등장한 다크한 외지인이 주인공으로 배경으로 꼭 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효진 주연의 동백꽃 필 무렵(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다), 신민아 김선우 주연의 갯마을 차차차, 그리고 김지원 손석구의 나의 해방일지.
이 셋 드라마의 공통점은 외지인이 다른 곳에서 도망오듯 시골에 와서 그 동네 사람들보다도 더 적응을 잘하고 살면서 현지인과 연애하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현지인 같지 않는 현지인과 투닥거리다가 스멀스멀 사랑에 빠지는 관계, 그리고 결국은 행복한 결론이겠지… 생각하고 이 드라마에 임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나한테는 불편했다. 일단 대사가 빨리 진행되고 캐릭터 간 소곤소곤 이야기하다 보니 대사를 놓치기 일수고 자꾸 보다가 아내에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봤다. 내가 불편했던 또 다른 지점은 다른 드라마에 비추어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한 부분들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개연성보다는 인물 간 관계로 흐르다 보니 나의 시청 패턴에 안 맞았다. 나는 어벤저스 같은 직선적인 스토리 전개를 선호한다. 그래서 난 헤어질 결심도 더 안 볼 결심이 섰지 않았겠는가.
몰입하기 어려운 지점은 염미정(김지원 분)과 구씨(손석우 분)의 관계이다. 지극히 평범한 여자와 어둠의 세계의 남자가 연애를 한다고 하지만 좀 개연성이 떨어졌다. 조직의 이인자가 롤스로이스를 자가 소유로 몰고 다닌다? 좀 황당하다. 염미정은 남자 친구가 얼굴에 상처가 나있고 데이트하다가 수금하러 가는데도 갔다 오라고 하질 않나, 남자 친구가 매일 밤낮으로 술 마시는데 이해를 하는 게 비현실적이다. 아니 그렇게 매일 부어 마셨는데 피부가 멀쩡한 구씨가 이상하다.
그래서 나는 김지원의 언니 역할을 한 염기정(이엘 분)의 러브라인이 더 몰입이 되었다. 적어도 조태훈(이기우 분)과는 현실적인 관계이다. 조태훈은 이혼 후 딸을 누나들과 함께 키우고 있고 염기정은 40이 되어도 제대로 연애 한번 못한 사람으로 둘의 케미가 더 현실적이고 둘이 잘 어울렸다.
그러다 보니 나는 이 드라마의 조연들의 해방일지가 보고 싶어졌다. 스핀오프로라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 오두환(한상조 분): 학교 교사를 짝사랑하는 순박한 시골 청년. 이 친구의 해방, 아니 연애일지를 보고 싶어졌다. 오죽하면 차라리 염미정과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2) 염제호(천호진 분): 염기정, 염창희, 염미정의 아빠. 아내를 평생 고생시키고 아내가 죽은 후 얼마 안돼서 재혼해서 전과 같이 세끼를 꼬박꼬박 집밥 먹는 용자다. 이 사람의 재혼일지가 궁금하다.
3) 최준호(이호영 분): 염미정을 직장에서 괴롭히는 전형적인 빌런. 하지만 염미정과 밥을 자주 먹는 직장 동료와 불륜 관계이다. 이 사람과 그 동료의 불륜일지를 보고 싶다. 염미정을 직장 동료 앞에서 수시로 구박하는데 어떻게 그 동료는 이 사람과 불륜관계를 유지하는지 궁금하다.
4) 박진우(김우형 분): 염기정의 직장 상사로 염기정의 연애상담도 하고 염기정을 제외한 회사의 모든 직원들과 연애한다. 결말에서 염기정에서 살짝 마음이 있는 것처럼 비친다. 이 사람의 사내연애일지를 보고 싶다.
5) 염창희 직장 동료(?):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다. 엑스트라도 몇 번 출연하면 웬만하면 이름이 있는데 이 사람은 없다. 나름 염창희에게 뼈를 때리는 조언도 해주는데 끝내 이름이 없다. 그냥 “직장 동료”다. 이 사람의 작명일지를 보고 싶다.
드라마를 다 봤으니 나는 나의 가정일지나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