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질 결심>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단상
헤어질 결심을 본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이미 많은 리뷰가 탕웨이와 박해일, 영화 자체에 대한 찬사를 쏟아 내었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영화 리뷰 쓰는 게 적절한가 고민하다가 조연 캐릭터 장해준(박해일 분) 부인 안정안(이정현 분)에 대해 짧게 끄적여본다.
안정안은 장해준과 결혼한 지 14년이 되었다. 그리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자녀는 등장하지 않지만 언급은 잠깐 된다. 안정안은 클리세적인 캐릭터인데, 기본적으로 안다니에 속사포며 남편을 컨트롤하는 기질이 보인다. 남편을 챙기는 장면이 잠깐잠깐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장해준이 아내에 대한 사랑보다는 의무적으로 아내를 챙겨주는 느낌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신비스러운 송서래(탕웨이 분)가 나타나서 장해준의 마음에 불씨를 붙이니 장해준은 옳거니 하고 송서래와 바람을 피운다.
요약하자면, 이정현은 약간 신경질적인 캐릭터로 나오는데 주연인 탕웨이를 돋보이기 위해 만든 캐릭터로 보인다. 차라리 안정안-장해준 부부 사이가 좋은 상태에서 영화를 풀어나갔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마치 이정현이 박해일이 탕웨이에 가도록 계기를 만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영화 내내 안정안은 직장 동료 이준(유태오 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둘 사이가 오피스 부부 느낌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바람피우는 사이가 아니라고 하지만 글쎄. 장해준이 바람피운 게 들켜서 안정안이 집을 나가는데 굳이 이혼한 동료 이준이 안정안을 데리로 오는 것이 바람피우는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내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안정안은 이포(가상의 도시)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팀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안정안이 등장하는 씬마다 나는 2016년에 개봉한 영화 판도라가 생각났다.
영화 판도라가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을 보여준 영화라면 헤어질 결심은 이를 반박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영화 같아 보였다.
“사실 원전 완전 안전하거든요.”
장해준이 위 대사를 하는데 영화 몇 장면에서 원전의 안전성이 몇 번 더 부각된다.
원자력 발전소의 운명에 대해 정치적, 사회적 합의는 아직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속에서 원전에 대한 홍보를 굳이 했어야 할까 생각이 든다.
안정안이라는 캐릭터는 클리세적인 캐릭터라 다른 직업을 갖고 등장해도 되며 오히려 이번 정권에서 원자력을 다시 밀어주고 있는 마당에 굳이 원자력 종사자로 등장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 다시 안 볼 결심. 이포 부분을 뺐으면 영화 완성도가 더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