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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Sep 03. 2020

포틀랜드 쥐 가족, 뉴욕 방문하다

키즈 프랜들리 뉴욕 여행 코스(하지만 아빠만 좋아함)

작년 가을 우리 가족은 뉴욕을 방문했다. 아내와 내가 약 10년 전에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하고(당시 우리 부부는 썸착각남, 무관심녀 관계였다), 형제와 친척들이 있어서 겸사겸사 가기로 했다.


3-4개월 정도 시골쥐와 같은 생활을 해서였을까. 도착하자마자 북적북적거리는 뉴욕 공항이 익숙하지 않았다. 애들이 먼저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다가 꾸물꾸물하자 뒤에 있던 여자 둘이 우리 가족을 째려본다. 시골(아니 포틀랜드에서는 양보하던데...)과 다르게 도시 인심이 박하군.


호텔에 체크인한 후 뉴욕 관광객이면 응당 신고해야 하는 타임스스퀘어를 갔다. 시골쥐 가족에게는 휘양 찬란한 간판들이 너무 정신이 없었다. 와중에 졸음이 쏟아진 둘째는 “선물!!!!”하고 절규했다(사실 산물 사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안 사주니 할 말은 없다). 겨우겨우 가게를 찾아서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안겨주니 잠이 들었다. 캡틴 코리아, 유모차에서 방패를 안고 자다.

첫날 저녁: 타임스스퀘어에 신고

둘째 날. 이제 뉴욕을 본격적으로 탐방하기로 했다. 더 이상 우리 부부는 싱글들이 아니니 키즈 프랜들리 동선을 짰다. 뮤지컬, 유명 식당 모두 제외. 결국 하루에 두 개 일정만 소화하기로 하고 오전엔 자연사박물관, 오후에는 센트럴파크로 일정을 잡았다. 애들은 자연사박물관에 대해 시큰둥. 나만 신났다. 오후에 센트럴파크를 가니 애들이 그때서야 혈색이 돈다. 딸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일 또 와도 되냐고 묻는다. 이럴 거면 시골 공원도 좋은데... 쩝. 저녁에 드디어 시골쥐 가족이 뉴욕 쥐 가족을 만난다. 애들은 드디어 사촌 쥐를 만나서 초흥분.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단다.

둘째날: 센트럴파크 입성

샛째날. 오늘이 승부다.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보면 시골 아기 쥐들 눈이 휘둥그레지겠지. 도시 쥐들도 신나서 뉴욕 항만에 정박한 퇴역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보러 가던데. 근데 이번에도 실패. 아빠 쥐만 신났다. 살짝 밀리터리 + 역사 덕후인 난 각종 비행기들을 보고 신나서 침 튀기면서(코로나19 전이어서 가능) 설명하는데 애들은 시큰둥. 결국 또 센트럴 파크로 고고. 저녁에 다시 도시 쥐들을 만나서 거한 대접을 받다.

셋째날 오전: 나만 신났던 항공모함
셋째날 오후: 또 간 센트럴파크

넷째 날. 오늘은 시골쥐 아빠와 시골쥐 엄마가 각자 약속이 있다. 시골쥐 아빠는 도시 쥐에게 애들을 맡기니 호텔에서 몇 시간을 사촌 쥐와 신나게 논다. 애들한테는 굳이 입장료 내는 구경은 필요 없었다. 나는 반갑게 만난 뉴욕 쥐 친구들과 시애틀 커피를 한잔 하고 헤어졌다.


도시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포틀랜드로 다시 돌아오니 시골쥐 가족은 편안함을 느낀다. 도시 쥐 가족을 다음에 꼭 시골로 오라고 초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도시 쥐 가족이 찾아 올 일은 없었다...


동화책 언급된 글:

https://brunch.co.kr/@jitae20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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