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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Sep 09. 2020

진격의 시골쥐 가족, 초대형 나무들과 조우하다

캘리포니아 레드우즈 주립공원 방문기

집에 같이 사는 분 요청에 따라 대문사진 변경과 아래에 사진을 추가했습니다


포틀랜드에 사는 시골쥐 가족은 작년 가을에 훨씬 더 큰 아래 동네인 캘리포니아 북부인 샌프란시스코로 놀러 가 보기로 했다. 가기 전 지도를 펼쳐 보니 매우 멀었다. 차로 10시간 이상. 그리고 내가 중간에 반드시 들를 곳이 있었다. 몇 년 전에 영화 혹성탈출에 나온 삼나무가 많은 뮤어 우즈 공원을 가려고 했다가 여행사의 문제로 못 가서 아쉬움이 많았다. 오버부킹 해서 우린 관광버스를 못 타고 근처 소살리토 읍내 구경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세계에서 제일 큰 삼나무들을 살고 있는 제레디아 스미스 레드우즈 주립공원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소살리토는 아름다운 읍내이지만 아쉬움 때문에 제대로 못 즐겼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에는 삼나무가 많은 연방, 주립 공원들이 제법 있다. 제레디아 스미스 공원을 고른 이유는 산책로가 키즈 프랜들리(= 내가 둘째를 업지 않아도 되는 평탄한 길)하며 사진 찍기가 좋다고 한다.


각종 식료품을 싣고 중고 SUV로 출발. 이런 날을 위해서 SUV를 샀다! 근데 막상 서부 도로 중 해안가를 끼고 가는 잘 정비된 도로인 I-5는 딱히 우리 자동차가 실력 발휘할 일은 없었다.


저녁 8시경에 캠핑장에 도착. 사진으로만 본 초거대 삼나무들 치고는 마르고 긴 나무들만 시커멓게 보인다. 살짝 아쉬움이 들었으나 숙소부터 찾아서 저녁 먹는 것이 급선무다. 우린 이미 예약한 지붕 있고 따뜻한 (전기) 난방이 들어오는 일박에 100불하는 오두막집을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 캠핑장은 안내등도 없고 다른 캠핑하는 사람들마저 불을 껐거나 소곤소곤 대화를 하는 바람에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건 너무 자연 친화적 아닌가...)


짐을 풀고 아내는 일단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그런데... 젓가락이며 그릇을 몽땅 집에 놔두고 왔다(이런 일이 우리에게는 처음이 아니다. 딸이 18개월 되었을 때 우린 여행을 나서는데 냉장고에 반찬을 모셔놓고 밥만 들고 나왔었다). 캠핑장 들어오다 본 가게가 생각나서 난 애들을 태워서 무작정 나갔다. 저녁 9시가 다 되어 가게를 가보니 이미 영업 종료. 숲이야 일찍 자지만 사람들은 일찍 안 자지 않나. 어쩐지 캠핑장의 사람들이 잘 준비를 했구먼.


그냥 돌아가느냐 아니면 더 멀리 나가느냐가 고민이었다. 라면이 불면 안되니 무작정 근처 모텔에 가봤다. 모텔도 불은 꺼져 있었다. 일단 난 애들과 차에서 내려 모텔 프런트 앞에 서성거렸다. 그랬더니 막 자다 일어난 듯한 젊은 직원이 나타났다.


난 애들 손을 꼭 잡고 애들을 내세워 불쌍한 가족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한편, 떨리는 목소리로: “두유 노우 싸이?”가 아니라, “Do you know where I can get some plates and forks?” (이렇게 말하고 모텔 식당에서 남은거 살 수 있으면 탱큐!)


그랬더니 친절한 직원 왈, 이 근방은 가게가 다 닫아서 없단다. 식당도 닫았다. 철퍼덕. 하지만, 이어서 말하길, 너네 가족 필요하면 종이 접시와 플라스틱 포크는 몇 개 주겠다고 한다. 천조국 모텔답게 종이 접시와 포크를 여러 개 주었다. 차마 라면 국물을 위한 수저까진 달라고 하기가 미안했다.

밤에 찾아간 문제의 모텔... 밤이라 스산했다

돌아와서 먹은 라면은 꿀맛. 애들과 나는 무상으로 지원받은 포크와 접시로 라면을 폭풍흡입. 그리고 잘 시간. 이층 침대가 두 개 있는 오두막집에서 편히 잘거라 생각했더니... 잘 못 잤다. 매트리스 없이 침낭만으로 자니... 이래서 캠핑 잘하는 가족을 따라가야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라면 먹은 다음날 아침

다음날 오전. 본격적으로 삼나무 관광을 시작했다.

삼나무 산책 입구에서 인증샷

시골쥐 가족의 핸드폰 카메라로는 삼나무의 거대함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쓰러진 초대형 삼나무 #1
쓰러진 초대형 삼나무 #2
쓰러진 초대형 삼나무 #3
쓰러진 초대형 삼남무 #4: 로켓이 아닙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 몇 년 전의 아쉬움을 풀고, 애들은 신나게 나무 위를 오르고, 아내는 상쾌한 공기를 흡입하고... 일단 미션 성공.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지만 우린 코로나19로 돌아올 일이 없었다...)하고 일정을 우린 계속해서 샌프란시스코로 내려갔다.


시골쥐 가족 뉴욕에 여행 간 글:

https://brunch.co.kr/@jitae2020/78

몰고 다닌 중고 SUV가 결국 팔린 글:

https://brunch.co.kr/@jitae2020/44

오두막집과 비슷한 트리하우스 체험 글:

https://brunch.co.kr/@jitae20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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