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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Oct 31. 2022

애증을 담아서, <인간실격>

요조를 마주하며

<인간실격> , 책의 제목 그대로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으로서 실격되어버린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인 요조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리고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5번의 자살시도 끝에 결국 삶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정체성과 고뇌를 처절하게 투영시킨 요조라는 인물을 자신의 대표작인 <인간실격>을 통해서 그려낸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또 인간으로서의 제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고뇌는 가슴속 싶은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스럽고 약간은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


삶을 향한 요조의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위의 고백에서 드러나듯이 요조는 자신의 순수함과 연약함을 익살이라는 우악스러운 가면으로 숨겨가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요조는 익살이라는 가면을 통해서 사람을 향한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한다. 그에게 익살이란 사람을 향한 최후의 구애이다. 그는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사람과 닿고 싶어서 익살이라는 우악스러운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가면이 요조를 결코 구원해주지는 못한다. 요조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면이 자아낼 수밖에 없는 자의식의 덫에 걸려버린다. 자신의 유약함을 숨기기 위해 쓴 익살이라는 가면은 요조에게는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자의식의 고통을 안겨준다. 그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유약하여서 자신의 가면 속 뒷모습이 들키는 순간이면은 어김없이 파멸의 감정을 느낀다. 요조는 사회 속 일반 사람들처럼 자신과 인간들의 내면 속 부조리함을 우회하여서 연기하고 이용할 만큼 약아있지 않았고 , 그 모든 것들을 모른척하기에는 너무나도 순수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순수함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내보이면서 살아갈 만큼 강하지도 못했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의 내면 속 순수함과 그 순수함을 있는 그대로 견뎌내지 못할 만큼의 유약함 사이 속에서 익살이라는 가면을 택하는 것이다.


요조는 결국 그 끝없는 딜레마의 연옥 속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자의식의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는 자의식의 고통을 잊어내기 위해서 매춘과 술, 약에 빠져 살기 시작한다. 요조는 그렇게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약에 빠져서 온 머리가 희게 변해있는 폐인으로 발견되면서 작품은 끝난다.


그러한 요조는 이상적인 인물이 아니다. 요조는 자신의 자의식에 짓눌려 마약과 매춘에 빠져 사는 병리적인 인간이다. 그러기에 <인간실격> 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약하고도 연약한 요조라는 인물이 어떻게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불편한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고전으로 당대에는 물론 지금 끼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읽히는 이유는, 그가 요조를 통해서 그려낸 인간의 유약함이 우리의 유약함을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모두 요조처럼 우리의 순수하고 연약한 모습을 익살이라는 가면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가면으로 숨긴 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쓴 가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지 못하는 요조라는 인물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자기 연민의 감정과 동시에 우리의 단단한 가면 속에 존재하는 남들에게 보일 수 없는 연약한 모습이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염증 같은 감정들을 대리 표출하면서 승화감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의 순수함과 연약함을 익살이라는 우악스러운 가면으로 숨기다 , 자의식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철저하게 망가져서 인간실격 그 자체인 요조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할 때 우리는 감정적으로 복잡해지는 것이다. 스스로와 비슷한 인간을 소설 속에서나마 만났다는 반가움. 우리의 자의식이 자아에 새겨 넣은 상처를 감싸 안고 흐느끼는 연민의 감정. 그 모든 감정이 결코 강인한 인간상이 아니라는, 결코 건강함과는 거리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거부감. 그 모든 감정들을 어른이라는 가면뒤에 숨겨야하는 서글픔과 같은 감정들을 느끼면서 말이다.


<인간실격>의 이야기가 의미를 가진다면. 그것은 인간의 유약함에 대해서 순수한 진실을 드러냈다는 점일 것이다. 알다시피, 문학은 인간의 내면 속 진실을 향한 순수한 열망으로부터 시작되며, 그 열망이 도달한 인간의 내면 속 진실이 담고 있는 의미란 '진실을 통한 구원'이지 않을까. 우리는 요조를 바라보며 우리의 연약함을 진실되게 마주하면서 우리의 상처가 만들어내는 아픔의 감정들을 승화시켜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로 인해서 요조와 달리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애증을 담아서, 요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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